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을 읽으면서 느끼는 환상과 현실은 여전히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성, 심판, 아메리카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장편 소설이 선사하는 미완성의 미학은 물론이고 수수께끼 또는 완성되지 않은 퍼즐의 공백이 남긴 물음표의 미학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그의 단편들을 경험시킨다면 다소 의아해 할지 모르겠지만 프란츠 카프카의 세계에 익숙한 독자라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이 만들어가는 무한한 세상이 마치 루프의 형태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지적인 자극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환상과 현실... 수록 된 단편들 각각에 걸쳐서 또는 전체적으로 엮이면서 자아내는 환상은 현실을 붙잡고 기이하고 새로운 세상, 경험해 보지 않은 낯설음과 익숙하지 않은 특이성..
마츠모토 레이지는 서문에서 린 타로판 캡틴 하록의 결과가 기대된다고 하였다. 린 타로라는 이름을 아는 분들이라면 이 같은 기대감은 당연하지 않을까? 린타로 감독이 그 동안 보여주었던 결과물, 특히 은하철도999 극장판에서 이룩해낸 린 타로 감독의 모습은 마츠모로 레이지에 대한 도전이자 혁명이며 부정이였기 때문이였다. 거장과 거장의 만남이 아니라 거장과 거장의 대결처럼 느껴질 정도로 린 타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에 정면으로 맞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각인시켰다.(‘카무이의 검’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초호화 스탭진을 구성할 수 있었던 사실만 봐도 린 타로라는 이름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록에서 린 타로는 어떤 결과물을 ..
“유쾌한 그로테스크!” 하야시다 큐의 도로헤도로를 한 줄로 설명한다면 위와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잔혹함으로 채워진 웃음이야말로 이 작품의 특색을 규정 지을 수 있는 대표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만일 실사 영화로 제작된다면 그 잔혹함에 눈을 돌려 버릴 수 밖에 없겠지만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살린 그로테스크함으로 매력적인 이미지를 완성해 낼 수 있었으며 동시에 유쾌함을 녹여내면서 통통 튀는 듯한 가벼움을 지닐 수 있었다. 이 같은 특성은 작품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자아내며 색다른 스타일리쉬함을 선사한다. 러프한 데생과 같은 느낌으로 그려나가는 펜선의 묘미는 작품을 한 층 더 그로테스크하게 이미지화시켰으며, 곳곳에 재기 발랄한 디자인 감각을 보여주었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캐릭터의 본 모습을 통해 기막힌 ..
순정만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소료 후유미가 청년지에서 작품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기대보다는 우려감이 컸다.(혹시 우려감을 가진 사람은 나 하나 뿐 이였던 것은 아닐까?) 재미와 감동이라는 기본적인 공통 분모에서 분명 그녀의 작품은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남과 여라는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작가의 재능을 무시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의 가능성을 보는 재능이 부족했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낀다. 그녀의 작품이 지닌 경쟁력은 남과 여라는 성별과는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강력하기 때문이다. “영원의 안식처~Eternal Sabbath”를 읽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소재도 소재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주었..
이웃집 야마다군(이웃의 야마다군)의 흥행 실패는 지브리의 미래를 날려버렸고 당시의 지브리의 절반을 날려버렸다. 특히 ‘타카하타 이사오’라는 지브리, 아니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보물 중 하나를 날려버렸기 때문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지브리의 주축이자 양대 산맥으로 함께 해온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존재는 자칫 미야자키 특유의 독선적이고 정형화 될 수 있는 불안정함을 완하시켜주고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로 지브리의 한축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하였다. 토토로와 반디불의 묘지를 동시 상영하면서 자신의 작품과 상대방의 작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스즈키 토시오와 함께 위태위태하던 지브리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약하였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가 ‘마..
영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오시이 마모루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생활하게 된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있어서 행운이 아니였을까? 타카하시 루미코 원작의 ‘우르세이 야츠라(시끌별 녀셕들) 극장판 – 뷰티풀 드리머’를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듯 오시이 마모루가 만들어내는 느리고 사색적인 이미지는 기존의 상업용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시도하기 힘든(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스폰서의 압박으로 시도해서는 안 되는) 부분들 이였고 이 같은 오시이의 고집은 ‘천사의 알’이라는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키게 된다. 애니메이션 사상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미장센의 극치를 보이지만 동시에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혼란스럽기도 한 이 작품은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소녀와 자신에 대한 것을 잃어버린 소년의 만남을 통해 불과 5분도 ..
슈에이샤의 소녀만화잡지인 리본의 전성기를 돌아보자! 사쿠라 모모코는 소녀만화 잡지를 뛰어넘는 신드롬을 넘어 전국민적인 인기를누리게 되는 ‘꼬마 마루코짱’을 연재한다. 야자와 아이는 ‘천사가 아니야’와 ‘내 남자친구 이야기’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소녀만화 스토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임을 선사하였다. 요시즈미 와타루는 ‘마멀레이드 보이’를 통해 트렌디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대세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고, 오바나 미호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미즈사와 메구미는 ‘공주님의 리본’을 선보이면서 마법소녀물의 교과서 같은 정공법으로 성공하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당시 가장 주목하고 싶었던 작품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한다면 주저 없이 아야하나 민의 ‘빨간망토..
©OHTAGAKI Yasuo/SHOGAKUKAN/서울문화사 왜 인류는 죽음의 공간으로 가득 찬 우주를 향해 무한한 동경심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왜 인류는 죽음의 공간으로 가득 찬 우주에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채워 넣고 싶은 것일까? 문라이트 마일은 이미 수없이 우리가 들어왔던 이야기이고 우리가 보아오던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동경심을 바탕으로 무한한 우주를 향해 도전하고 극복해나가는… 때로는 인류의 이기심으로 인해 작은 희망마저 부서지게 되는 꿈을 키워 온 우주를 사랑하는, 그리고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낭만을 담은 멋진 이야기다. 현실감 넘치는 묘사는 그럴 듯 하지만 결국 아직은 허풍일 수 밖에 없는, 상상만으로 그칠 수 밖에 없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아주..
로빈슨 크루소는 어떻게 거대한 고독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미셀 투르니에는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현대적 신화를 창조해 내었다. 문명의 옷을 벗어버린 무인도에서 고독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들을 통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표류기이자 가장 인간적인 표류기를 완성해 낼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익숙한 이야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식으로 뒤집어 버리면서…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곳에서 인간을 문명을 유지하려고 하는가? 아니다. 사회라는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해체시켜야만 한다. 함께 사는 사회가 아니라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규범은 허물어지고 문명은 파괴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서서히 침식해오는 고독에 맞서기 위해서… 로빈..
‘파렴치 학원’에서 나가이 고가 보여준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였다. 소년지의 연재작품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내용이 개그만화라는 장르로 펼쳐졌을 뿐만 아니라 개그만화라는 틀을 부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이름을 떨치며 ‘파렴치 학원’이라는 작품을 일본만화의 역사의 페이지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가이 고의 충격을 느끼고 싶다면 데빌맨이 아닐까?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무엇인지, 인류에 대한 묵시록적인 세계가 얼마나 어둡게 펼쳐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림의 그로테스크함이 아니라 이야기의 그로테스크함이 어떤 건지 각인시킨다. 인간의 본성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며 인류에 대한 묵시록적인 예언의 성격을 지닌 이 작품은 나가이 고의 스토리텔러로써의 재능에 다시 한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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