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는 왜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했을까?” ‘한밤의 아이들’에서 살만 루슈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환상적이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현실 위에 덧씌워진 환상의 존재는 독자들에게 꿈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만 강력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믿을 수 없는 환상이기 때문에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하게 하며 작가의 조용한 외침에 호소력을 높인다. 인도의 아픔을 담아서 들려주는 역사의 그림자를 이야기하면서도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을 통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광대 샬리마르’에서는 이 같은 환상은 축소, 아니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대신 이야기의 스케일을넓히고 개별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들을 촘촘하게 엮어가면서 밀도 높은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
쿤데라는 냉전시대를 기나긴 3차 대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향수’는 3차 대전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향을 떠나 오랜 망명 생활 동안 자신의 존재를 지켜왔던 이들이 3차 대전이 끝난 후(소련의 붕괴와 함께 이루어진 냉전 시대의 종결) 다시 한번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이들이 느끼는 ‘향수’는 각각의 존재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 그려나간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어떤 형태로 삶의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과거의 기억들은 얼마나 많이 재생 될 수 있고 또 얼마만큼 망각의 형태로 잊혀지게 되는지 보여준다. ‘향수’와 ‘망명’… ‘냉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체제하에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버린 두 단어는 밀란 쿤데라의 손을 거치면서 곳곳에서 충돌하기 시작한다. 정작 작가자신은 정치적 해석..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느림’이라는 소설의 분량을 상대적으로 평가할 때 긴 분량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장편 소설 치고는 상당히 적은 분량이다. ‘느림’을 읽어나가는 시간 또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리게 진행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게 되고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고 싶어진다. ‘느림’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독서의 즐거움이 함께 하는 것이다. ‘느림’의 이야기에는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소설의 구조를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인물, 사건, 배경을 위주로 전개해 나가지 않고 외적인 화자의 액자 속 이야기와 또 하나의 액자식 이야기를 병치시켜 특별한 사건을 중심으로 짜여진 이야기 대신 각각의 세..
시지프 신화 실존주의와 부조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고 하면 상당히 곤란함에 처하게 되겠죠.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저도 부조리와 실존주의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막연하게나마 개념의 끄트머리를 잡고 미약하게나마 파악하는 정도는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 뿐이죠. 개연성이 끊어지고 논리적 회로 또는 세계가 파괴되는 경우와 우연적 상황에 던져진 존재에 대한 가능성의 영역을 탐구해 나갈 때 까뮈의 작품은 묘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때문에 시지프 신화를 통해 부조리와 실존주의에 대한 까뮈의 에세이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좋은 갈잡이가 되지 않으까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떡밥의 미학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카프카에 대한 까뮈의 생각이 있어 다른 의미로도 상당히 길잡이 ..
띠지에서 ‘사형장으로의 초대’를 가장 환상적인 소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일까? 내게 있어서 이 작품은 당황스러운 소설로 기억 될 것 같다. 주인공 친친나트C가 사형을 선고받으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무엇 때문에 사형이라는 선고를 받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투명한 존재들 속에서 불투명함을 인식했다는 식으로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유추될 뿐이다. 감옥이라는 제한 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알 수 없는 이야기와 제한 된 등장 인물들로만 전개해 나가는 사건들이 약 3주간에 걸쳐 진행 되다 몇 개의 반전을 거치고 주인공의 사형으로 끝이 난다. 일반인들이 투명한데 주인공은 불투명해서 사형 받았다고? 그러면 투명함과 불투명은 무엇을 상징한 걸까? 정치, 이데올로기, 개..
밀란 쿤데라는 소설가로서의 자신은 자신이 쓴 소설의 그림자 속에 감추어지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같은 바램이 이루어지기는 무리였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쿤데라의 필모그래피가 자연스럽게 겹쳐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읽으면서 쿤데라의 그림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있어서 이런 가정은 무의미 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쿤데라의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쿤데라의 그림자를 걷어내기란 불가능이 아닐까? 한 시인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는 ‘생은 다른 곳에(삶은 다른 곳에)’는 쿤데라의 자전적 삶이 녹아 들어간다. 쿤데라 자신의 삶의 궤적과 일치시킨 것은 아니지만 쿤데라의 삶과 주변 환경, 쿤데라..
“지금 당신이 한 말들은 모두 지나치게 피상적이예요.” 쿤데라의 이야기는 모호하다. 이야기가 모호하고 표현방식, 문장에서 선택되는 단어의 의미가 모호하다. 인물에 대한 묘사도 명확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불친절하게 때문에 끊임없이 사고할 수 밖에 없는 아니 사색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다가오게 된다. 장면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없고, 치밀하게 짜여진 듯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크로키를 보듯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이미지로 관념적인 단어들로 채워놓는 경우가 많다. 쿤데라가 만들어내는 모호함은 중첩되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다성적인 의미들로 엮어진다. 허술하게 이어진 듯한 장면은 보이지 않는 생략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계속되는 사색의 과정을 거치며 풍부한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게..
쿠토 타이토 만들어 내는 순간의 장면 연출은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블리치라는 작품에서 드러난 수많은 구멍들로 인해 구성력에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만화가이기도 합니다. 바카노, 듀라라라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나리타 료우고가 블리치 소설을 집필했다고 했을 때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아무리 전문적인 소설가가 집필한다고 해도 원작이 너무 엉성하다 보니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더군요. 너무 기대를 않했던 탓일까요? 막상 읽어보니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런 걸 원작초월이라고 하죠. 다음 권이 기다려지네요. 스핀 오프의 작품으로 충실하게 완성된 점도 있지만 나리타 료우고가 블리치의 세계관을 굉장히 잘 알고 있고 활용을 잘 하고 있습니다. 블리치의 세계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네요.
“인간이 단 하나밖에 안 가진 목숨을 어떤 사상을 위해서 버린다는 것은 인류의 독특한 어리석음이라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인간이라는 것은 줄곧 중독에 걸려 있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앙드레 말로의 인간 조건(인간의 조건)과 같이 현재진행형으로 지금도 계속해서 다양한 해석을 쏟아지는 작품들은 조금 꺼리게 됩니다. 함부로 이야기 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고 자칫 민감하게 반응 할 수 있는 사항들도 둔감하게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를 경험하지 않았고 언제나 간접적인 경험밖에 할 수 없으므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죠. 때문에 누군가에게 추천하는 경우도 드뭅니다만 이 작품만큼은 충분히 추천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어요." 라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조금 설득력이 떨어..
포크너에게 있어서 미국의 남북전쟁은 운명과도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포크너가 평생에 걸쳐 자신의 작품을 무대로 활용하게 된 요크나파토파는 사라져버린 미국 남부사회의 모습들을 박물관처럼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소설의 모티브로 건져 올리고 있지만 결국 요크나파토파가 탄생될 수 있었던 핵심은 미국의 남북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의 결과로 파생된 다양한 사회 형태의 변화는 윌리엄 포크너에게 있어서 소설 속에서 극대화 될 수 있었고 포크너의 작품 세계는 미국의 역사의 관통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곰(The Bear)’에서 포크너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미국 사회의 모습을 겹쳐내면서 문학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반영을 훌륭하게 구현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이면에는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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