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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레이지는 서문에서 린 타로판 캡틴 하록의 결과가 기대된다고 하였다. 린 타로라는 이름을 아는 분들이라면 이 같은 기대감은 당연하지 않을까? 린타로 감독이 그 동안 보여주었던 결과물, 특히 은하철도999 극장판에서 이룩해낸 린 타로 감독의 모습은 마츠모로 레이지에 대한 도전이자 혁명이며 부정이였기 때문이였다. 거장과 거장의 만남이 아니라 거장과 거장의 대결처럼 느껴질 정도로 린 타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에 정면으로 맞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각인시켰다.(‘카무이의 검’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초호화 스탭진을 구성할 수 있었던 사실만 봐도 린 타로라는 이름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록에서 린 타로는 어떤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마츠모토 레이지의 하록과 다른 이미지를 부여할 것인가? 캡틴 하록의 세계관을 비틀어버릴 것인가? ‘레이지 버스’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면서 수많은 모순점과 설정상의 헛점을 지니게 된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을 보완시켜 나갈 것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을 내리자면 린 타로는 단순히 하록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린타로판 하록의 세계관은 한층 더 심오해지고 주제는 깊어진다. 웅장함은 더욱 커지고 중후함을 실어서 작품의 무게를 무겁게 만들었다. 잊혀진 시절의 낭만을 자극하는 노스탤지어를 가득 담아 그리움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과거는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미화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하록’이라는 과거의 캐릭터에 청춘의 아르카디아호가 들려주는 어른들을 위한 추억의 명작 속으로 여행시켜주었다. 우주의 창세 신화에서 지구의 창세신화로 이어지는 전우주를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미가 만들어내는 미장센의 극치 속에서도 ‘그 시절의 하록’이 지닌 그리움을 잊지 않고 재현해 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하록’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을 강화시키는데 작용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신념’을 지닌 선장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강렬한지 각인시켰다. 마츠모토 레이지가 창조해낸 하록의 카리스마와 수많은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하록의 이미지를 정점에 올려놓았다. 세상의 어떤 것도 하록의 신념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확신을 들게 만들 정도로 린타로 감독판 하록은 캐릭터의 카리스마 완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순간의 미장센을 극대화하고 가장 멋진 장면을 연출해내는 린 타로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높이고, 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하록의 존재만으로 주변의 분위기를 바꾸어 버리고 하록의 대사에 절대적 신뢰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으로 완성해 낸다. 혼돈의 시대, 물리적 법칙이 적용되기 전 빅뱅 이전의 우주의 창세신화를 ‘누’라는 존재를 통해 거대한 스케일로 펼쳐지는 우주의 신화로 펼쳐내었음에도 하록의 카리스마에 묻혀버릴 정도다.
어찌 보면 하록이라는 절대적 신뢰감은 린 타로라는 거장에 대한 절대적 신뢰감이 함께 했기 때문은 아니였을까? 유키 노부테루, 무라이 사다유키 등 이 작품을, 아니 린타로판 하록을 완성하게 위해 모인 스탭진 역시 단 한 사람의 ‘하록’을 위해 모였으니 말이다.
PS ‘은하철도999’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만 ‘레이지 버스’의 완성을 위해 무리하게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을 하나로 엮으려고 하다 보니 설정의 모순이 생겨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종착역이며 집대성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을 뿐 아니라 ‘메텔’이라는 신비로운 캐릭터의 존재감은 일본 만화 역사상 손꼽히는 최고의 캐릭터로 평가 받으며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죠. 하지만 메텔이 보여주는 환상이상으로 하록의 카리스마 역시 강렬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메텔의 환상이 자아내는 신비로움도 커져가지만 하록의 카리스마도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하철도999와 레이지 버스의 설정 완성을 위해 희생 된 ‘천년여왕’의 유키노 야요이는 더욱 비련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구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그녀가 이번에는 레이지 버스를 위해서 충격적인 전개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연재 당시에도 1000년 여왕이라는 제목에 맞추어 산케이 신문에 정확히 1000페이지로 끝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매회 1페이지씩 연재하여 1000회로 완결)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할 수 없었는데 말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천년 여왕’이야말로 레이지 버스에서 가장 자유로웠기 때문에(시대적 배경이 20세기였으니까요) 가장 훌륭한 작품이 아니였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유키노 야요이의 신비로움은 메텔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환상을 만들어 낼 수 없었고, 하지메의 소년 시절의 성장통 역시 테츠로(철이)를 넘을 수 없었지만 가장 소년 시절의 꿈이 담겨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우주를 꿈을 담아 바라보는 하지메와 지구를 사랑했던 유키노 야요이의 희생은 또 하나의 소년의 날들이 그려낸 마츠모토 레이지의 변주곡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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