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최고 걸작은 ‘야후(YAHOO)’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만큼은 절대적으로 ‘야후(YAHOO)’다. 그만큼 충격적이였고 강렬하였으며 만화가 윤태호의 이름을 머릿속에 단숨에 새겨버릴 정도로 인상 깊었다. 과장해서 당시 학산문화사에서 ‘부킹’을 창간하면서 얻은 최대의 소득이 있다면 바로 ‘야후(YAHOO)’가 연재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야후’는 윤태호 최고의 걸작이다. 아니 어쩌면 만화가 윤태호에게 있어 큰 전환점이 된 작품도 야후일지도 모른다. 야후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개그만화였고 야후 이후 발표한 작품들은 막말로 망했다. “이끼”를 통해 웹툰으로 다시 한번 부활하기 전까지 윤태호의 대표작이자 최고 걸작은 ‘야후’였다.(야후가 왜..
“무진기행이 당신에게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교과서에서만 머물러 있는 김승옥의 가치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주었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서울 1964년의 겨울’의 충격은 한동안 교과서에서 김승옥의 이미지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이후로 김승옥의 작품을 일부로 찾아 읽는다거나 관심 있게 보는 일도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수없이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작가임에도 김승옥의 작품을 멀리하게 된 이유도 개인적인 성격상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의 이미지가 마음 한 구석에서 거부감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게 있어서 김승옥은 ‘교과서’에서만 존재하고 있었고, 그곳에서만 가치를 지닌 작가였던 것이다. ‘무진기행’을 접하게 된 이유도 어쩌면 교과서의 연장..
개인적으로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게 된다면 ‘저항감’이라는 단어를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작품 속에 배치 된 상징성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유기적인 의미를 새롭게 자아내고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작품의 해석에 대한 장벽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끊임없이 탐구를 거듭할 수 밖에 없는 문장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완성하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죽음으로 마무리한다. 기본 뼈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죽음을 사이에 둔 삶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사고의 장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작품 속 주인공의 행위처럼 “마른 늪에서 물고기를 낚아..
시끌별 녀셕들(우루세이 야츠라) 신인작가의 미성숙함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가장 빛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림 실력은 물론이고, 스토리나 연출에 있어서 풋내기의 느낌이 날 수 밖에 없는 어설픔이 오히려 타카하시 루미코의 강점을 돋보이게 할 수 있었고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빛나는 원석이 될 수 있었다. 시끌별 녀셕들 이후 란마와 이누야샤, 경계의 린네로 이어지는 소년선데이에서 연재하였던 루미코의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코 돋보이는 이 작품은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앞선 곳에 있음은 물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면서 그녀의 후속 작들에 대한 평가를 절하시켜 버릴 정도였다. 아니! 세월이 지날수록 타카하시 루미코의 그림은 다듬어지고 연출은 한결 간결하면서도 능숙해졌는데? 나이를 먹어..
패트레이버는 어찌보면 유키 마사미에게 있어서 과도기적인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초기에 발표하였던 작품들이 소년지 특유의 활기가 돋보였다면 패트레이버 이후로는 점차적으로 현실감이 부여되면서 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좌충우돌 펼쳐지는 우당탕탕 같은 느낌에서 점차로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으로 작품 스타일이 변하면서 유키 마사미의 작품 세계는 소년지의 느낌보다는 청년지의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고 결국 철완버디(영선데이 리뉴얼판)을 기점으로 청년지에서 완전히 자리잡게 된다.(‘그루밍 업’같은 걸작이 객관적인 평가에서 최고가 될 수 없었던 이유도 작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작품이 연재했던 소년선데이라는 환경 탓이 아니였을까? 물론 이 작품이 완벽하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느슨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이후에도 유리알유희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그만큼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치열하게 사고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사고의 영역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예술과 명상, 수학적 물리적 학문 등 인간의 지적인 활동으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추상적 집합체를 유리알유희라는 궁극적인 의미로 엮어가면서 계속해서 파내려 갈 수 밖에 없는… 더욱 더 깊은 곳으로 탐구해 갈 수 밖에 없는 지적인 활동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알유희라는 이상을 전쟁이라는 현실과 대비시켜 단순화게 배치하고 요네프 크네히트의 전기와 요네프 크네히트의 유리알유희를 통해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게 들려준다. 하지만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리알유희’에 대해서는..
"알아요! 안다구요! 무엇이 문제인지 충분히 안다구요!왜 그렇게 비판받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왜 그렇게 찬사받는지도 안다구요!이 작품에서 작가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요! 소설이잖아요! 영화를 보면서도 악당의 매력에 반할 때도 있잖아요!소설이니까 이런 이야기들을 극한까지 펼쳐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소설이니까 이런 사상들을 과감하게 몰아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독서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도록 이토록 재미있게 펼쳐낸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구요!이런 소설을 읽는 재미마저 허용할 수 없다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구요!" 프로메테우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가져다 준 불의 해택을 누리는 인간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까? 적어도 현재 자신이 ..
‘공상-망상-상상…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 어린 시절의 성장통은 모든 이들에게 공통분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양산화(?)의 과정을 거쳐 획일화되어 세상에 나온 이후에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의 시절…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무디어지는 감정들… 성장해 가면서 얻게 되는 것도 많지만 잃어버리게 되는 것도 많기 때문에 성장통이 될 수 밖에 없는 시절의 이야기를 마츠모토 타이요는 누구보다 환상적인 형태로 구현하고 독자들에게 깊은 노스탤지어를 전해준다. 마츠모토 타이요는 아주 작은 기억의 파편을 상기시키는 것 만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추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이야기, 작품 속의 배경,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혀 우리와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보여준 전형적인 전개방식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매력이 무엇인지, 재미가 어떤 건지를 확실하게 규정지을 수 있었고 일본 추리소설 또는 탐정소설의 역사를 당당하게 장식할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높은 곳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는 괴기한 전설 또는 괴담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분위기, 마치 폐쇄되어 있는 듯한 답답한 공기가 지배하고 있는 마을, 일그러진 혈연관계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의 배경은 언제나 예상했다는 듯이 시작한다.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공포소설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날 정도로 작품 속에서 메이킹되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긴다이치 코우스케 시리즈를 여타의 다른 추리소설을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게 하였다. 무겁게 짖누르는 듯한 분위기는 시작부터 긴다이치..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을 읽으면서 느끼는 환상과 현실은 여전히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성, 심판, 아메리카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장편 소설이 선사하는 미완성의 미학은 물론이고 수수께끼 또는 완성되지 않은 퍼즐의 공백이 남긴 물음표의 미학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그의 단편들을 경험시킨다면 다소 의아해 할지 모르겠지만 프란츠 카프카의 세계에 익숙한 독자라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이 만들어가는 무한한 세상이 마치 루프의 형태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지적인 자극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환상과 현실... 수록 된 단편들 각각에 걸쳐서 또는 전체적으로 엮이면서 자아내는 환상은 현실을 붙잡고 기이하고 새로운 세상, 경험해 보지 않은 낯설음과 익숙하지 않은 특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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