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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을 읽으면서 느끼는 환상과 현실은 여전히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성, 심판, 아메리카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장편 소설이 선사하는 미완성의 미학은 물론이고 수수께끼 또는 완성되지 않은 퍼즐의 공백이 남긴 물음표의 미학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그의 단편들을 경험시킨다면 다소 의아해 할지 모르겠지만 프란츠 카프카의 세계에 익숙한 독자라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이 만들어가는 무한한 세상이 마치 루프의 형태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지적인 자극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환상과 현실... 수록 된 단편들 각각에 걸쳐서 또는 전체적으로 엮이면서 자아내는 환상은 현실을 붙잡고 기이하고 새로운 세상, 경험해 보지 않은 낯설음과 익숙하지 않은 특이성이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환상적으로 만들어 이 같은 환상은 삶이라는 알 수 없는 궤적을 그리는 현실에 투영되어 독자들에게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하게 된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들이 선사하는 기묘한 감각들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느낌이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작가는 소설을 통해 독자들을 당황시키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각각의 단편들 속에 숨어 있는 메타포를 이해하고 단편들이 형성한 알레고리를 이해하기에 앞서 형식의 특이성이나 진행의 독특함에 있어 카프카의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당황스러움에 먼저 노출되게 된다. 자신의 무력함을 숨기고 사람들에게는 거짓으로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삶, 삶이라는 것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죽음에 맞서 있는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서, 결국 소외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 이렇게 부조리한 세상에 던져진 인간의 존재 등 삶의 다양한 단편들을 조명하며 카프카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각각의 단편들이 풀어나가는 방법은 언제나 곤란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다만 곤란함 마저도 카프카의 단편들 속에서는 또 하나의 마력이 되어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보다 깊숙이 카프카의 작품 세상에 들어가고 싶고 보다 철저하게 카프카의 작품을 파헤치고 싶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수수께끼의 형태로 남게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읽어도 카프카의 작품이 선사하는 특이한 체험들이 전혀 소모되지 않을 것만 같다.
변신으로 시작되는 카프카의 중편을 시작으로 다양한 단편들과 소품들을 수록한 이 작품집을 통해 카프카의 작품 세계가 주는 매력을 단숨에 느끼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대신 반복되면 조금씩 카프카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읽을 때마다 조금씩 빠져드는 중독성을 지닌 점이 바로 카프카의 작품이 지닌 또 다른 재미라고 한다면 카프카의 단편 역시 마찬가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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