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전에도 언급했다시피 ‘평생에 단 세 작품 정도만 발표했다면 하루키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하루키의 작품들은 이제는 익숙해진 하루키식 변주곡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작품을 읽다 당황스러워 할 일도 없고, 예상치 못한 결말의 낯설음을 경험시켜주지도 않는다. 하루키의 작품에 대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 내게 있어서 하루키의 작품은 특별한 가치를 지니지 못하고 의미 없이 읽어나갈 뿐인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하루키니까…’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는 이유도 하루키라는 브랜드가 어느 새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독서는 이제 막 생겨나려고 하지만 아직은 아무도 뭔지 모르는 어떤 것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게 될까?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은 도대체 어디까지 경이로움을 선사해 주는 것일까? 우주만화를 읽으면서,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으면서,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읽으면서 매번 ‘경이로움’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언급하게 된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를 읽으면서도 ‘경이로움’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 작품을 읽으면서 경험한 독서의 특이성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소설의 영역이였고 새로운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소설의 가능성, 이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차원으로 안내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프롤로그만 존..
‘당신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이해하고 계신가요?’라고 묻는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하지만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예!’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게 된다. ‘소설이라는 형식의 가능성을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서 새롭게 펼쳐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전달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교차된 운명의 성’은 작가는 타로트 카드와 크로스워드의 특징들을 소설을 통해 결합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완성한다. 타로트 카드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을 매체로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무한히 엮어나갈 수 있는 타로트 카드의 상징성을 개별적으로 연상시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또 다른 타로트..
“이 나이에 아직도 이런 작품을 집필한다는 사실이 놀라움 따름이다.” “아니야! 그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작품을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기에 앞서 밀란 쿤데라가 1929년생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최대한 외적인 정보를 배제하는 방향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밀란 쿤데라의 나이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의미의 축제”와 비슷한 곳에 두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 많은 삶은 살아온 쿤데라가 제시한 삶의 방정식을 내가 풀기에는 버거운 것일까? 내가 쿤데라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이 책을 다시 한번 읽게 된다면 깊은 공감을 하게 될 것인가? 모르겠다. 적어도 이 작품을 다 읽은 지금 쿤데라..
‘모래의 여자’를 읽고 느꼈던 아베 고보의 이미지는 카프카와 까뮈였다.‘불타버린 지도’를 읽으면서 느꼈던 아베 고보의 이미지 역시 카프카와 까뮈였다.그러나 ‘불타버린 지도’를 읽고 난 이후 느낀 아베 고보의 이미지는 아베 고보였다. ‘모래의 여자’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빚어내는 문제작가, 또는 카프카를 일본식으로 변주시킨 다음 까뮈의 철학을 가미한 작가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불타버린 지도’를 읽고 난 후 이 같은 생각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 정도로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지니고 있으면서도 소설의 영역을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작가에게 실례되는 발언이였기 때문이다. ‘모래의 여자’에서 보여준 현대인의 모순적인 삶의 이치는 ..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네번째 파트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는 시리즈 전체의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스탠드’라는 개념을 확장시키고 다양한 응용을 통해 발전시켰다. 이와 동시에 능력자 배틀을 통해 펼쳐지는 두뇌 플레이의 정석을 확립시키며 죠죠의 기묘한 모험만이 지닌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기발한 센스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을 정도다. 모리오쵸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4부는 시리즈 전체에 있어서 가장 이질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가장 죠죠다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다. 특유의 마초이즘 중심의 스토리 전개에서 벗어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모음을 통해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 소년만화의 전통적..
아라키 히로히코는 스틸 볼 런에서 자신의 화풍이 지닌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스틸 볼 런에서는 특유의 연출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분위기와 아이디어 등이 결합하면서 이제까지 아라키 히로히코의 작품 세계가 선사하였던 연장선상에서 가장 강력한 그림의 힘과 연출의 힘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대륙횡단 레이스라는 소재에서 확인 할 수 있듯 스틸 볼 런에서 펼쳐지는 레이스는 화려하다. 무엇보다 작가의 화풍이 절정에 달하면서 뿜어내는 묵직한 중량감은 전편에 걸쳐서 독자를 압도한다. 그리고 치열하다. 화면은 가득 채워진 느낌으로 독자들을 압박한다. 순간 순간의 장면에서 기묘한 포즈를 그리는데 있어서 탁월한 센스를 지닌 작가가 이번에는 한 컷 한 컷에 힘을 실어 그림이 지닌 힘을 보여주며 절로 탄성을 지르게..
보다 쉽게, 보다 부담 없이, 조금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러나 여전히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그래도 읽고 있는 동안 만큼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제목 그대로 로맨스다. 한 남자의 순애보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사랑이 만들어 내는 감동이 시대를 넘어서 살아 숨쉬는 듯한 영원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선물이다. 삶과 죽음, 식민지 시대의 아픔,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갈등의 모습들, 문화와 문화의 만남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모순들이 작품 속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표면적인 이야기는 로맨스이기 때문에 모두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우리는 중세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소리쳐도, ‘우리는 아직도 식민지 시대에 살고..
클로버는 클램프가 보여줄 수 있는 미장센의 완결점이다. 만화라는 매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차별적인 연출이 어떻게 하면 이토록 환상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경이적인 작품이다. 칭찬이 너무 지나친 건 아니냐고? 아니 오히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찬사를 쏟아내고 싶은데 어휘력이 부족해서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새하얀 종이 위에서 스크린톤 연출을 철저하게 자제하고 시각적 미장센을 극대화시켰다. 클램프식 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X(엑스)는 물론이고 파괴적 골격에서 완성된 클램프의 스타일을 거부하고 클로버는 프레임의 효과, 칸과 칸 사이의 형식을 파괴한 또 하나의 미학의 완성을 보여주었다. 그림과 글이 ..
구토는 다시 읽어도 내게 있어서 그다지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소화할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우연적이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구토에서 기록된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은 우연적인 삶의 단속적인 단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듯 하다. 치밀하게 계산된 구조에 맞추어 퍼즐을 맞추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매순간 존재하는 사물, 만나는 사람들, 떠오르는 생각들이 우연적 산물처럼 나열되고 있을 뿐이다. 조립한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열되는 삶의 하루하루는 읽는 내내 무의미한 정보의 양을 늘려가며 작품에 대한 어떠한 몰입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지게 된다.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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