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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오시이 마모루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생활하게 된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있어서 행운이 아니였을까? 타카하시 루미코 원작의 ‘우르세이 야츠라(시끌별 녀셕들) 극장판 – 뷰티풀 드리머’를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듯 오시이 마모루가 만들어내는 느리고 사색적인 이미지는 기존의 상업용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시도하기 힘든(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스폰서의 압박으로 시도해서는 안 되는) 부분들 이였고 이 같은 오시이의 고집은 ‘천사의 알’이라는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키게 된다.
애니메이션 사상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미장센의 극치를 보이지만 동시에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혼란스럽기도 한 이 작품은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소녀와 자신에 대한 것을 잃어버린 소년의 만남을 통해 불과 5분도 되지 않는 대사만으로 작품을 진행시켜 나간다. 그림자만이 존재하는 실체 없는 물고기를 사냥하는 병사들은 결국 세계의 파괴만을 반복할 뿐이고 노아의 홍수에 대응하는 대사를 통해 약간의 상징성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몽환적인 이미지를 전편에 걸쳐 가득 채워놓았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장면을 취하고 롱 테이크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하면서 구체화할 수 있는 줄거리를 없애버린 혼란스러운 작품으로 완성하게 된다.
소녀가 지니고 있는 알의 존재와 유리병에 물을 담는 행위, 십자가 형태의 칼을 지닌 소년과 실체 없는 대상을 향해 무의미한 사냥의 결과로 이어지는 파괴되는 건물들, 소녀가 지닌 알이 깨지면서 소녀에서 처녀로 틀을 깨고 나오는 모습,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대화 속에서 수없이 많은 이미지화로 파편화되는 해석은 결국 명확하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설정이나 배경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나오지 않고 흐르듯 마무리 되는 ‘천사의 알’은 몇 개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흘려 보내는 이미지 보드처럼 영상의 흐름 속에서 시각적 이미지를 각인시킨 채 마무리 된다. 표면적인 흐름은 단순하지만 머리 속은 혼란스럽고 곳곳에서 펼쳐져 있는 메타포를 모아 하나의 공통된 알레고리를 끌어내지는 못한다.
처음부터 이 작품은 이미지 보드를 영상의 흐름으로 재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Boy Meet Girl의 전형적인 가벼운 로맨틱 코메디를 들려주고 싶었던 초기 구상은 아마노 요시타카의 컨셉을 보는 순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아마노 요시타카의 캐릭터와 고바야시 시치로의 몽환적 미술을 통해 이미지보드와도 같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적어도 시각적인 미장센에 있어서 만큼은 극한의 위치에서 탄성을 지르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이 작품은 일본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이 갖추어야 할 것들을 배제하고 불친절한 상업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개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업적인 획득 대신 다른 방향으로 이 작품의 가치를 알리게 되었지만 그 때문에 이 작품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보기 힘든 몽환적 신선함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볼 때마다 화면 속에 매혹당할 수 밖에 없는 환상적인 작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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