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통해 아일랜드를 영원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백년의 고독’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모습들을 영원히 기억시켰다. 귄터 그라스는 ‘양철북’을 통해 전쟁 전후의 독일의 역사를 담아내었다. 그리고 살만 루슈디는 ‘한밤의 아이들’을 통해 인도의 현대사의 아픔을 책 속에 압축시켰다. 내가 태어나던 날부터 나의 운명은 우리나라의 운명과 하나로 이어졌다. 자정은 수많은 아이들을 낳았다. 독립의 자식들 중에는 인간이 아닌 것들도 있다. 폭력, 부패, 빈곤, 장군들, 혼돈, 탐욕, 후추통... 그러나 또한 아무도 복원할 수 없을 만큼 현실을 심하게 손상시킨 한 시대의 자식이기도 했다. 살만 루슈디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인도라는 나라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너무..
“대재앙 이후의 세계”라는 소재가 더 이상 독자들에게 독특하게 받아들여지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이미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단골 메뉴가 되어 버린 소재이기도 하지만 미디어의 홍수와 끊임없는 소재 싸움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가 펼쳐졌다.’라고 평가 될 정도로 소재나 주제만으로는 더 이상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대재앙’이라는 소재는 계속해서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다가오게 된다. 어디서 본듯한 데자뷰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여전히 독자들을 매료시킬 수 밖에 없는 강력한 끌림을 지닌 이야기, 여전히 의문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해답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수수께끼 가득한 궁금증투성이로 채워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희망’이든 ‘절망’이든 우리들에게 있..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은 제게 있어서 꽤나 소중한 작품이 되어 버린 듯 합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에는 "지루함"이라는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제게 있어서는 재미없는 작품이였습니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은 '정말로 내가 전에 있었던 그 작품이 맞는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180도 바뀌면서 어느 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불어를 모르기 때문에 작품의 진정한 참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조금이나마 더 원작의 본질적인 즐거움에 다가갈 수 있기는 바라며 다시 한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책장을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국일미디어와 동서문화사를 통해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진 작품이라 '굳이 왜 또..
이방인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뫼르소의 모습에 대해 어디까지 공감을 느꼈을까? 만일 뫼르소의 모습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납득하고 공감하게 된다면 세상에 대한 진정한 ‘이방인’이 되는 것은 아니였을까? 그리고 뫼르소의 행동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 역시 ‘이방인’으로 삶을 원하는 본능이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뫼르소를 둘러싸고 있는 인간관계는 ‘타인’이라는 단어로 규정지어지는 듯 하다. 물론 ‘타인’의 위치가 동일선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이분법을 놓고 본다면 뫼르소의 인간관계는 자신과 타인으로 구분되어가는 것 같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무감각하게 행동하며 자신의 귀찮음만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듯 하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다거나 다른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길 원하..
뉴욕 3부작의 읽으면 이내 곧 작품에 집중하게 된다. 기묘한 미스터리를 펼쳐놓고 독자들의 머리 속을 서서히 잠식해가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인물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키워가며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게 된다. 작가가 펼쳐놓은 수수께끼의 해답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커져가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결말에 대한 기대감은 당황스러움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해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 추리소설”처럼 말이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은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 3편을 겹쳐놓았다. 유리의 도시-유령들-잠겨있는 방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단편들은 독립적인 구성을 취하면서도 반복되는 변주곡처럼 이야기가 겹쳐진다. 마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원미동 사람들’에서 보여주었던 소시민적인 삶의 이야기들은 ‘모순’에서 접어두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일까?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였음에도 상반 된 삶을 살아야 했던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놓고 모순 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안진진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아니 어쩌면 나 혼자일지도 모르겠다.)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삶이라는 것은 이토록 모순으로 시작해서 모순으로 끝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모순’을 읽고 난 후 이 책에 내게 답해 준 것은 ‘삶이란..
검과 마법이 지배하는 환타지의 세계관 속에서 살인 사건의 당사자가 알리바이 확보를 위한 트릭을 구성한다면? 마법을 이용한 살인을 통해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넣고 싶다면? 아마 추리 소설의 형식을 지닌 소설 중에서 가장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카도노 코우헤이의 사건 시리즈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트릭의 완성도나 스토리의 정교함을 떠나 환타지라는 과학적 영역을 무시한 세계 속에서 만들어내는 트릭과 반전의 묘미가 기존의 탐정 소설 등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마법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펼쳐내는 논리적인 전개와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하나하나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흩트러진 퍼즐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환타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아마 현대의 추리 ..
독설은 비판정신이며 비판은 진보와 계몽의 원천입니다. 문학이란 사실 인문주의와 정치의 결합이며 인문주의가 정치가 되고 정치가 인문주의가 될 때 문학이 한층 더 무리없이 완성된다. 위대한 도덕가는 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악을 두루 모험하는 사람이다. 토마스 만을 ‘마의 산’을 읽으면 자신도 모르게 침몰되어 버린다. 아니 침몰이라기 보다는 마의 산의 이야기에 압도되고 넘을 수 없는 벽에 막혀 자기도 모르게 갇혀버리고 마는 것만 같다. 하지만 마의 산의 이야기는 세상과 동떨어진 경계선산에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독자들을 조금씩 중독시켜간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상의 끊임없는 부딪힘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자신의 지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면서 재미를 잃어버리고 책..
"당신은 피네간의 경야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합니까?"라고 질문한다면 "아니요. 지금도 이해 못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다만 작품의 마지막 장에서 안나 리비아 플루라벨의 독백이 시작되는 순간만큼은 최고였습니다.'율리시스'의 페넬로페의 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두근거림이 피네간의 경야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율리시스에서 블룸의 고백에 대해 몰리가 "Yes"라고 긍정의 대답을 들려주는 순간의 감동이 있다면피네간의 경야에서는 ALP이 HCE에게로 되돌아가면서 새롭게 작품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순간의 깊은 여운이 있습니다.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 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단계 위로 올라서는 조이스의 성장통은 피네간의 경야 마지막 부분을 통해 최고의 ..
“나한테는 세상 모르는 철부지 소리처럼 들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니까…” “언제나 치열하게 일하고 쉴때는 열심히 즐기고 과식과 과음을 반복하던 사업가였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는 겁니다.” “인간이 세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이상이 자기완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같은 평범한 대중은 모두 성공담을 좋아한다.” 면도날은 또 하나의 달과 6펜스다 물론 단순히 달과 6펜스의 연장선상에 놓기에 ‘면도날’의 이야기는 너무나 대극의 위치에서 ‘달과 6펜스’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달과 6펜스가 누군가를 위한 헌정서(書)의 성격을 지닌다면 면도날은 누군가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배제하고 보다 현실의 모델을 바탕으로 그려나간다. 철저하게 비현실적인 인물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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