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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뉴욕 3부작

sungjin 2012. 9. 14. 10:55



뉴욕 3부작의 읽으면 이내 곧 작품에 집중하게 된다. 기묘한 미스터리를 펼쳐놓고 독자들의 머리 속을 서서히 잠식해가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인물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키워가며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게 된다. 작가가 펼쳐놓은 수수께끼의 해답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커져가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결말에 대한 기대감은 당황스러움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해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 추리소설”처럼 말이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은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 3편을 겹쳐놓았다. 유리의 도시-유령들-잠겨있는 방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단편들은 독립적인 구성을 취하면서도 반복되는 변주곡처럼 이야기가 겹쳐진다. 마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동일한 플롯을 가지고 스토리가 진행된다. 해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조금씩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감상하게 된다. 첫 번째 단편을 읽고 난 후의 당황스러움은 두 번째 단편, 세 번째 단편을 거치면서 조금씩 작품의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하게 되고 다시 한번 읽으면서 보다 작품에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물론 작품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 것 또한 다음에 다시 한번 읽을 때의 즐거움이 남았다는 생각을 줄 정도로 뉴욕 3부작의 이야기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구성과 형식에 있어서 뉴욕 3부작의 이야기는 신선하고 새롭다. 하지만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작품의 매력은 형식이나 연출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강하기 때문에 보다 인상 깊게 독자들의 머릿속에 남는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단편 ‘유리의 도시’의 주인공처럼 존재감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을 통해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는 하지만 정작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라는 의문사 자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퍼즐의 조각이 아니라 불완전한, 그것도 상당수의 조각이 빠져있는 퍼즐을 3개나 늘어놓고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형태로 빈 공간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즐거움을 남겨 놓았다.

뉴욕 3부작의 단편들은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나 이후 뉴욕 3부작이라는 타이틀로 묶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예정되어 있었는지 아니면 작품을 발표하고 난 이후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3편의 단편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의 매력은 극대화 될 수 있었다. 텍스트를 통해 만들어낸 반복되는 변주곡 같은 해답을 말해주지 않는 추리소설은 그 어떤 작품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재미를 지닐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