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은 통제 된 사회 속에 사람들의 인권이 업압되는 현실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질서한 세계, 발전이 멈추고 정체된 세계가 조금씩 쇠퇴해가는 세상이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쇠퇴해가는 인류의 세계는 디스토피아라기 보다는 낭만이 가득한 멋진 세계로 그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시나노 히토시의 카페알파(요코하마 매물기행)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통제 된 사회, 억압되는 현실은 철저하게 무서울 정도입니다.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만이 남게 됩니다. 1984나, 시계태엽 오렌지, 멋진 신세계 등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 언뜻 정제 된 평화가 포장되어 있지만 한꺼풀만 벗겨내면 무서울 정도로 미래 사회의 모습에서 현대 사회의 고발성이 강화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같은 디스..
'월식도의 마물'은 잘 아시다시피 고단샤의 '미스터리 YA(Young Adult)!'라는 기획에서 시작 된 '빅토리아 시대 괴기모험담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은하영웅전설'로 유명한 '타나카 요시키'가 집필을 맡으면서 국내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죠. 하지만 '타나카 요시키'라는 네임밸류에 비해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흥미로운 요소가 많음에도 엔터테인먼트 소설다운 장점이 살아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타나카 요시키의 작품 치고는 히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맙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문호이며 톨스토이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던 "찰스 디킨스"와 덴마크의 국민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찰스 디킨스는 아주 매력적인..
미나가와 료지의 암스를 보면 압도적인 힘의 강함으로 다가오는 연출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 된 ‘파괴’는 미나가와 료지의 펜선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ARMS’의 이야기는 루이스 캐럴 원작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자바워크’를 비롯하여 ‘나이트’, ‘화이트 래빗’, ‘퀸 오브 하트’, ‘험프티 덤프티’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예외없이 앨리스에서 차용되었으며 이미지까지 복제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의 가장 핵심에는 ‘앨리스’가 위치하고 작품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결국 ‘앨리스’의 캐릭터네임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를 읽으셨다면 미나가와 ..
인류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빠르게 진보해 간다고 한다. 과학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걸쳐 의식이 깨어나고 문화 영역 전반에 걸쳐 성숙되고 향상 된 형태로 등장하거나 혁명적이고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소설 속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마르탱 뒤 가르의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으면서 놀라게 된다면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경계로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시대의 이야기를 중반 이후부터 철저하게 압축시키고 폭발시켰다는 점이다. 문학적 재능을 지닌 한 소년의 성장기, 또는 티보가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 가족물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1914년이라는 작품의 시대를 기점으로 전혀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바뀌어 버리게 된다. 티보가의 이야기는 변함없이 흐르지만 그들을 ..
질렸어!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 그리고 언제나 비슷한 소재를 한결 같은 분위기로 서술해 나간다면 처음 접했을 때 참신하게 다가올지 몰라도 반복되다 보면 조금씩 독자들에게 다가서면서 한계를 느끼게 되고 작가의 클리셰로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처음만큼 독자들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기는 힘들 것이다. 수많은 작가들, 그리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최고 걸작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탄생되기 보다는 오히려 작가 인생 중반 경에 탄생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일부 작용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압살롬, 압살롬!’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막연하게나마 이런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요크나파토파’로 대표되는 윌리엄 포크너의 독자적인 세계관 속에 이식 된 미국 남부 사..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가정입니다만 만일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홀든 콜필드의 정신세계가 조금만 더 붕괴되고 주위의 환경이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었다면 음향과 분노의 퀜틴 컴프슨으로 치환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에 비한다면 퀜틴 컴프슨은 겨우 음향과 분노 2부에서 주역으로 활약했을 뿐이기 때문에 홀든 콜필드 만큼의 화려한 여정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음향과 분노 전체에 걸쳐, 그리고 압살롬, 압살롬!으로 이어지는 퀜틴 컴프슨의 이야기는 홀든 콜필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만일 음향과 분노 2부가 별개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출판되었다면 퀜틴 컴프슨 VS 홀든 콜필드도 가능했을 거라고 우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퀜틴 컴프슨이라는 캐릭터는 제..
천재성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결국 광기로 물들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천재성이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연적인 기회와 만남을 가져야만 하는 것일까? 세상에서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천재성을 극대화 되어 발현 된 예술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라면 범죄도 허용 될 수 있는 것일까? 김동인은 ‘광염소나타’를 통해서 타고난 천재성과 우연한 기회의 만남이 탄생시킨 예술의 가치를 두고 의문점을 던진다. 범죄라는 행위와 필연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위대한 예술의 탄생을 통해 예술의 가치를 어디까지 둘 수 있는지, 그리고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도덕적 윤리적 일탈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시한다. 한 평론가의 회상을 통해 이야기 되는 한 천재 예술가의 이야기는 또 다른 화자의 이야기와 결합되면서 광염소나..
"우리는 모두 신의 오발탄(誤發彈)인지도 모른다.” 목표로 했던 위치를 향해 발사되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떨어진 오발탄처럼 해방 이후 전쟁을 거치며 오랜 시간 동안 서민들은 갈 곳을 잃고 삶의 목표를 향해 오발탄을 날릴 수 밖에 없었다. 타의에 의해 분단 될 수 밖에 없는 민족의 역사,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지속되는 냉정 시대의 축소판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은 온통 오발탄 같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삶의 목표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없는 사람들, 처음부터 목표를 찾지 못한 채 의미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사람들 등 저마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듯 이범선의 오발탄은 시대의 그림자들을 담아 독자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해방은..
‘날개’라는 작품의 존재가 있었기에 이상의 천재성은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자신의 가치, 그리고 작품의 가치를 증명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시인 이상’이 발표한 시는 지나칠 정도로 초월적 영역에서 최소한의 이해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소설가 이상’이 발표한 소설들은 사소설적인 요소와 실험적인 형식이 더해지면서 텍스트에 대한 해석을 복잡하게 만들고 말았다. 지나친 실험성으로 무장 된 소설은 작품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렸고 지나친 사소설적 경향은 이상 특유의 전율을 일으키는 느낌이 희석되어 다소 부족한 소설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보다 많은 이들이 이상의 작품세계에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특유의 초월적 형식의 자유로움으로 이상의 작품 세계가 지닌 ‘특이점’을 즐길 수 있는 ‘날개’와 같은 작품이 존재..
시인 이상의 시들을 모은 작품집을 읽었소 첫번째 읽었을 때에는 뭐라고 이야기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소 두번째 읽었을 때에도 뭐라고 이야기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소 세번째 읽었을 때에는 해설의 도움으로 그나마 알 것 같았소 네번째 읽었을 때에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소 이리저리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다시 한번 이상의 작품집을 도전하였소 다섯번째 읽었을 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소 여섯번째 읽었을 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소 일곱번째 읽었을 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소 여덟번째 읽었을 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소 아홉번째 읽었을 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소 결국 아무런 의미 없는 뻘짓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열 번의 삽질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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