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이야기가 마음 속 깊이 스며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 대한 모든 관심을 철저하게 단절시킨 고립된 좀머씨의 이야기는 기인을 넘어서는 괴팍한 인물의 삶을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려낸 ‘감동’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동화 같은 문장과 아름다운 묘사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이미지와 함께 장자끄 상뻬의 삽화가 더해지면서 어른을 위한 동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잃어버린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감정’을 자극하며 잔잔하고 오래도록 남는 여운을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감동을 넘어선 두근거림을 선사해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좀머씨 이야기’가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실은 작품의 뒤편에 감추어져 있는 작..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허전하다. 비현실적인 환상의 느낌이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실의 기반 위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선사하는 특유의 신비로움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특징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절대적인 장치로 작용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가진 장점을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노르웨이의 숲이 과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작가의 작품 성향을 대표할 수 있는가?에는 사실 명쾌하게 대답하기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게 된다면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지닌 ..
어린 시절 읽었던 스티븐슨 원작의 ‘보물섬’을 기억하고 있을까?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실버’를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소년들의 마음 속에 깊이 남아 있던 변함없는 카리스마로 보는 이들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실버의 이미지는 정의감으로 뭉쳐있던 소년들의 마음까지도 허물어버릴 정도로 “멋지다!”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모비딕에 등장하는 ‘에이허브’ 선장의 이미지는 어떨까? 광기와 증오로 가득 찬 매드 사이언티스트? 말조차도 붙이기 힘든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소유자?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이미지와 이후 새롭게 모비 딕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다르지만 에이허브 선장의 강렬함만큼은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꿈과 낭만으로 채워진 보물섬의 실버와는 다른 범접하기..
단편이 주는 매력, 그리고 단편집이 주는 매력은 어떤 것일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과 스토리 전개로 밀도 있는 이야기에 빠질 수도 있고, 단편이기 때문에 가능한 실험성 짙은 신선함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기도 한다. 특히 짧은 지면 위에서 중의적이고 복잡한 메타포를 부여하기 보다는 가능하면 단순하고 확실한 복선으로 구성하여 단편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장편 소설에서는 느끼기 힘든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작가의 초기 작품 또는 습작 시절의 작품에서부터 원숙미가 절정에 달한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필모그래피적인 구성을 통해 특정 작가의 팬들에게 자서전 이상의 즐거움을 주기도 하며, 특정 주제로 엮은 다수의 작가들의 단편 모음 등을 통해 올스타전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흰색은 주위에 물들기 쉽고 다른 색보다 금방 더러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순백색은 어떤 색에도 물들지 않고 환하게 빛이 난다. 주위의 어둠마저 환하게 비추면서 흐릿해진 세상마저 깨끗하게 정화시킨다. 흐림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흰색으로 물들여 버린다. 쌩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색으로 비유한다면 어떤 색에도 물들지 않는 새하얀 순백색이다. 너무나 순수해서 보고 있는 우리들마저 부끄럽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어린 왕자의 이야기는 깨끗하고 순수하다. 철없고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감추어져 있던 세상의 진실 된 모습을 가르쳐주는 이야기, 치열한 삶 속에서 잊고 있었던 소중했던 이야기다.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같은 삶의 진솔함도 없고, 꿈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감사의 말을 하게 된다면? 바로 ‘위대한 개츠비’를 알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하루키가 선사한 최고의 낚시다.’ 이 말에 난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싶다.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에서 언급한 대로 ‘위대한 개츠비’는 찬양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위대한 제이 개츠비의 이야기이며, 초라하게 몰락할 수 밖에 없는 제임스 개츠의 삶 속에서 시대의 그림자를 담아낸 피츠제럴드가 들려주는 최고의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위대하였으나 과정은 그렇지 못했다. 화려한 파티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장막들이 하나 둘씩 벗겨지고 제이 개츠비가 아니라 제임스 개츠로 변해가면서 개츠비의 화려함은 퇴색되어 그 빛을 잃어버린다. 정말로 개츠비는 위대..
마이조 오타로의 작품을 읽으면 마치 환각 상태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다. 흔히 하는 말로 ‘이 작가 약 빨고 썼다.’라고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가를 언급한다면 난 ‘마이조 오타로’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마이조 오타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개연성이나 인과관계마저도 넘어선 초월적 사건들과 전개를 펼쳐나가기 때문이다. 데뷔작 ‘연기, 흙 혹은 먹이’는 상당한 충격을 전해준 작품이다. 잔인함 또는 잔혹한 소재도 그렇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스토리의 구성면에서도 기존의 미스터리물에서는 좀처럼 시도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수라 걸’, ‘모두 씩씩해’, ‘드릴홀 인 마이 브레인’ 등 그가 이후 발표한 작품들을 통해 알 수 있듯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생각..
근친상간, 강간과 폭행, 납치, 이지메, 심지어 인육을 먹는 식인에 이르기까지… 카가미가의 7남매를 주인공으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사토 유야의 카가미가 시리즈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할 수 밖에 없는 소재를 통해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히 자극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이 아니라 상상을 뛰어넘는 전율과 스릴을 선사하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의 매력을 살려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완성도에 큰 점수를 주기 힘든 구성이나 서술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가미가 시리즈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장점들을 보다 강력하게 펼쳐내면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어 버리고 만다. 장르 소설 또는 미스터리물이라고 하기에는 정..
때로는 작품에 대한 외적 정보를 배제하였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 문학이라는 특성상 어떤 배경이나 사회적 요인들을 배제하고 감상한다는 것이 올바른 접근은 아니지만 지나친 외적 정보의 수집과 사회의 반영이 작품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재미를 놓쳐버릴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정말로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이게 아니였을까?라고 생각하는데 관련 글들을 읽어보다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비추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 역시 거기에 맞춰서 감상하고 재해석해야 하나?라는 갈등이 생길 때도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월’의 ‘동물농장’을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하게 된다면 난 꼭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생각 없이 편하게 읽으세요. 특별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예요.’라고 말이다. ‘냉전시대’,..
아이작 아시모프만큼 많은 작품을 낸 작가를 찾기는 힘들다. 특히 아이작 아시모프 만큼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더더욱 찾기는 힘들다. 500권이 넘는 아시모프의 저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그는 다작으로도 유명하였지만 DDC 도서 분류방법에 따른 모든 분야의 저서를 등록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탁월한 식견을 보여준 천재로 더욱 유명한 과학자이기도 하다.(그는 화학박사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와 천문,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과학의 전 분야에서 해설자로 명성을 날린 천재다.) 그렇다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품을 읽어야만 할까? 그의 과학적인 지식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쉽고 친근하게 과학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논픽션 저서들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까? 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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