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은 고죽과 석담의 대립 관계 속에서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록 그것이 추상적이고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고죽의 회상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시간을 거슬러 스승 석담과의 대립관계를 통해 작가의 예술론에 대한 팽팽한 싸움을 보여주었다. 고죽은 예술의 가치에 대해 완벽한 독립성을 가지고 예술 그 자체만으로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반면 스승인 석담은 예술을 통해서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술에 대한 입장차이는 결코 타협점을 보이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금시조’는 예술의 궁극적 경지에서 도달하여 승화되는..
시인은 김삿갓으로 알려져 있는 김병연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일종의 전기소설의 성격을 띄고 있는 작품으로 김병언의 생애와 삶을 이문열의 상상력이 더해진 가공의 창작된 에피소드들로 엮어내면서 픽션으로서의 재미를 전해준다. 또한 시대의 부조리와 구조적 모순점을 통해 역사성을 부여한 시대극의 느낌이 살아 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보다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까지도 제공한다. 한편 이 작품은 이문열의 자전적 교양 소설 또는 예술가적 성장 소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김병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보다 작품의 깊은 곳으로 들러가보면 예술가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이 마치 한 문학인의 성정과정과 일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예술적 성장을 이..
학급의 세력 판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상황을 압축된 현실로 묘사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회의 거울로서의 가치와 문학이라는 본질적인 즐거움, 그리고 이문열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꾼의 재능이 더해지면서 마지막까지 손을 떼기 힘든 작품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특히 자유당 시절, 공화당 시절, 민자당 시절을 통해 가리워져 있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겹쳐지면서 소설이라는 형식의 문학이 지닌 시대의 반영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였고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호평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작품의 외적인 논란 외에도 기타 여러 가지 논란거리를 남겼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작품의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논란 거리 등은 잠시 접어두..
미완성이였기에 완벽할 수 있었던... 카프카의 “성”은 여백을 남긴 작품이다. 그리고 여백을 남긴 작품이 얼마나 훌륭하게 완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동시에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미완으로 끝난 작품이지만 아마 이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달라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주인공 K는 성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소외된 생활의 연속과 챗바퀴 돌리는 순환되는 이야기 속에서 마무리 되었을지도 모른다. 설령 이 작품이 제대로 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고 가정해도 작품의 전편에 걸쳐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특유의 모순으로 둘러싸여있는 부조리함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결말에 의해 세상에 공개 된 이 작품의 성격이 바뀔 일은 없었을 것이다.(100%라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카프카의 작품 ..
일본이 전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작품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난 두말없이 “겐지 이야기(겐지모노가타리)”를 선택한다.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 밀착되어 있는 하이쿠가 보여준 단시의 미학도 좋고 다자이 오사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도 훌륭하다. 바쇼의 국민적인 인기를 무시할 수 없으며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역시 빠지면 섭섭하게만 느껴진다. 특히 만화의 신으로까지 추앙 받고 있는 “테즈카 오사무”의 존재는 그야말로 절대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역시 “겐지 이야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고유한 색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를 넘어선 문학적 초월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특유의 모노가타리 문학의 정점에서 모노가타리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었으..
버지니아 울프는 편하게 재미삼아 올랜도를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올랜도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올랜도는 올랜도라는 주인공의 자전적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 전기소설(傳記小說, biography)이면서 동시에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전기소설(傳奇小說, strange novel)이기 때문이다. 16세기에 남자로 태어난 올랜도가 여성으로 바뀌어 여성으로서의 삶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안에 내재해 있는 남성의 본질까지 동시에 소유하게 된 그녀의 삶은 20세기까지 이어지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수백년의 변화를 흡수하게 되고 중세의 배경은 어느 틈엔가 자동차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의 특징들을 반영하면서 현대 사회의 모습으로 바뀌..
조이스는 언어라는 사회적으로 약속 된 기호가 언제든지 임의적으로 재배열되고 같은 약속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형태를 조금씩 바꾸어 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언어라는 형식의 본질에 가장 깊이 접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율리시스라는 형태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율리시스를 통해 아일랜드의 모든 것을 들려주고 제임스 조이스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통해 문학이라는 형태의 정점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시험하였다.(이 같은 조이스의 언어적 연금술은 이후 “피네간의 경야”를 통해 한층 더 초월적인 형태로 구현된다.) 무엇보다 율리시스는 이 같은 문학의 시대성이나 역사성, 영원성을 동시에 획득하면서도 문학의..
율리시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타카의 장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가장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율리시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페넬로페”의 장을 꼽고 싶다. 세이렌의 장에서 보여주었던 음악적 운율감과 키르케의 장에서 보여주었던 감성의 조각들이 더해진 페넬로페의 장은 마리언 블룸의 의식 속에서 마치 물흐르듯 잔잔하게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오직 몰리의 독백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음에도 조이스는 특유의 운율감을 살려 하나의 산문시와 같은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였으며 특유의 망상과 익살스러움이 넘치는 재기발랄함을 통해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 조이스는 여성의 시점에서 흐르는 내적 독백을 통..
이타카의 장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난해한 장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쉬운 장일 수 있다. 신선하고 색다른 조이스의 서술 기법, 특히 2장 네스토르에서 미약하게나마 선보였던 교리문답체가 이타카에서는 완성되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조이스가 선보이는 문체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 특성을 가진 정보집합체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타카의 장은 조이스가 독자들에게 경험시켜 줄 수 있는 정보의 소용돌이다. 묻고 답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읽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쉽고 서술 방식에 있어서는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올지 모르나 압도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 독자들을 허우적거리게 만들어 버린다. 조이스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철학들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학과 역학, 과학, 음악과 미술 ..
14장에서 스티븐을 만난 블룸은 이후부터는 스티븐과 함께 행동하게 된다. 오딧세우스 장군과 텔레마코스의 만남을 통해 조이스는 이들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이미 스티븐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을 떠올렸을 분 아니라 묘한 공통분모를 느껴면서 정신적인 의미에서 아들처럼 생각하게 된다. 스티븐 역시 육체적 아버지는 사이먼 데덜러스지만 정신적 아버지는 블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에우마이오스의 장에서 보다 자세하게 펼쳐진다. 특히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묘한 재미를 준다. 앞선 장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두 사람이 상징하는 학문, 이미지, 사고관이 모두 대립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끌릴 수 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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