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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씨 이야기가 마음 속 깊이 스며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 대한 모든 관심을 철저하게 단절시킨 고립된 좀머씨의 이야기는 기인을 넘어서는 괴팍한 인물의 삶을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려낸 ‘감동’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동화 같은 문장과 아름다운 묘사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이미지와 함께 장자끄 상뻬의 삽화가 더해지면서 어른을 위한 동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잃어버린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감정’을 자극하며 잔잔하고 오래도록 남는 여운을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감동을 넘어선 두근거림을 선사해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좀머씨 이야기’가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실은 작품의 뒤편에 감추어져 있는 작가가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호소력 짙게 전달되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좀머씨는 작품 속에서 위와 같이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에 간섭하지 말고 자유롭게 놔두길 바라는 좀머씨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이 대사는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소설가이기 때문에 그는 작품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 좀머씨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삶의 철학을 작가는 조용하지만 호소력 있게 이야기한다.

외롭고, 고독한 생활이라고 해서 반드시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의지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 이전에 누구와도 관계하지 않고 마음껏 살아가는 삶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좀머씨의 삶이 정말로 잘못된 것이였을까? 무엇으로부터 그렇게 도망치고 싶었던 것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삶의 마지막을 선택해야 했는지? 쉬지 않고 걸어야만 했던 좀머씨에게 휴식 조차도 신음 섞인 울음을 낼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가질까? 삶의 치열함에 낙오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 세상에 어떤 것에도 간섭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 순수함? 원래 좀머씨의 삶의 정상적인 모습을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품 속 소년의 눈에 비춰진 것처럼 좀머씨의 삶은 마음 한구석을 슬프게 만드는 것이 정말 좀머씨 이야기의 진실일까?

사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좀머씨 이야기를 통해서 은둔생활을 하는 자신에 대한 소통을 작품으로만 하는 것에 대해 좀머씨를 통해 대변하고 싶었지 않았을까? 무언가에 도망다니듯 정처없이 방황하는 좀머씨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길 바라는 좀머씨의 외침을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