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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만큼 많은 작품을 낸 작가를 찾기는 힘들다. 특히 아이작 아시모프 만큼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더더욱 찾기는 힘들다. 500권이 넘는 아시모프의 저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그는 다작으로도 유명하였지만 DDC 도서 분류방법에 따른 모든 분야의 저서를 등록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탁월한 식견을 보여준 천재로 더욱 유명한 과학자이기도 하다.(그는 화학박사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와 천문,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과학의 전 분야에서 해설자로 명성을 날린 천재다.)

그렇다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품을 읽어야만 할까? 그의 과학적인 지식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쉽고 친근하게 과학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논픽션 저서들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까? 역시 소설이다. 특히 SF소설이다.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창조한 무한한 상상력에 기반한 SF소설이야 말로 아시모프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 때로는 여유 있게 웃음으로 넘어가는 인간적인 면과 함께 아이작 아시모프라는 천재의 매력, 그리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이 주는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역시 SF소설이야 말로 그의 과학적 재능과 함께 이야기꾼의 재능을 동시에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SF작가로서의 아이작 아시모프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다. ‘로마제국 흥망사’에서 모티브를 얻어와 집필하기 시작했다는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인류의 최전성기부터 조금씩 쇠퇴해가는 과정을 서사시와 같은 이미지로 방대한 스케일 속에서 묵직하게 그려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모프 특유의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과 전개로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과학은 물론이고 아시모프의 상상력과 정치적 관계, 실리적 관계 등의 다각적 각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해 나가는가 하면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수백년 동안의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인류의 되풀이 되는 역사의 과정을 디테일하게 풀어나갔다. 아득히 머나먼 우주의 저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류의 노래는 광활한 우주의 크기만큼이나 무한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작품들의 집대성적인 성격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로봇의 3원칙’으로 대표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규칙과 세계관, 그리고 작가가 끊임없이 확장해온 세계관의 종착역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시리즈’와 ‘은하제국 시리즈’에서 한 층 더 확장 되고 방대해진 ‘파운데이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전작들을 포괄하고 있다. 과학과 소설의 결합이 탄생시킨 SF라는 장르의 매력도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장점이지만 아이작 아시모프라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즐기는 입장에서 이 작품은 분명 아이작 아시모프의 SF를 관통하고 포괄하는 가장 큰 세계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방대하게 구축 된 세계관만으로도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파운데이션-파운데이션과 제국-제2의 파운데이션’으로 완결 된 초기 3부작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동경과 무한한 경외심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이제까지의 작품들을 토대로 구축 된 세계관과 설정 위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심어놓고 거대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SF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이 무엇이고 SF 소설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시켜 준다. 문장의 유려함, 언어의 마법이나 서술 기법의 훌륭함이 아니다. 가장 근본적으로 SF라는 과학적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세계가 주는 지적인 자유로움이 넘친다. SF 소설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랑 받는다면 그건 문학적 완성도가 아니라 지적 상상력의 세계다. 현실에 기반을 둔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고 아직은 허무맹랑한 엉터리지만 미래의 현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교하듯 하나 허술함이 있어 그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매력이 있고, 작가 이상으로 독자들이 세계관을 공고하게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 같은 점들이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초기 3부작을 마무리한 이후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작품의 프리퀼적 성격의 발표하기도 하였고, 보다 미래의 시대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후속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작품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하였다.(파운데이션이라는 세계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역시 후속 시리즈가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파운데이션의 이야기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파운데이션이라는 작품 세계까지 함께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파운데이션의 세계는 튼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