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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날개 by 이상

sungjin 2012. 11. 11. 00:39



‘날개’라는 작품의 존재가 있었기에 이상의 천재성은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자신의 가치, 그리고 작품의 가치를 증명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시인 이상’이 발표한 시는 지나칠 정도로 초월적 영역에서 최소한의 이해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소설가 이상’이 발표한 소설들은 사소설적인 요소와 실험적인 형식이 더해지면서 텍스트에 대한 해석을 복잡하게 만들고 말았다. 지나친 실험성으로 무장 된 소설은 작품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렸고 지나친 사소설적 경향은 이상 특유의 전율을 일으키는 느낌이 희석되어 다소 부족한 소설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보다 많은 이들이 이상의 작품세계에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특유의 초월적 형식의 자유로움으로 이상의 작품 세계가 지닌 ‘특이점’을 즐길 수 있는 ‘날개’와 같은 작품이 존재함으로 인해 이상의 작품 세계는 대중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날개’는 이상의 작품 세계에서 실험성과 사소설적인 경향성을 동시에 지니면서 특유의 실험적인 형식과 소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요소들을 통해 이야기의 매력을 살린 작품이다. 이상의 소설이 자아내는 특유의 희열이 있으며 난해한 이상의 숲 속에서도 휴식 같은 즐거움이 있다. 이상의 정신 세계가 투영 된 주인공 ‘나’의 이야기 속에 웃음이 담긴 페이소스가 흘러나온다. 자폐적인 주인공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보여주며 극적인 재미와 희열을 선사하며 짧은 단편 속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짧지만 강렬한 이상의 소설이 지닌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의 작품이 보여준 초월적 모습이 무엇인지 확인시켜준다. 내적인 독백만으로 구성 된 이야기, 내면의 의식에서부터 표출 된 자아의 심리변화, 현실 위에 세워진 비현실적인 묘사와 경계를 허물어뜨린 소설의 세계와 소설 외부의 세계의 묘한 융합은 이상의 소설이 지닌 실험성 또는 초월성의 묘미가 살아 있다. 질리지 않는 중독성을 간직한 이상하지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소설이 될 수 있었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어쩌면 작가는 자신의 천재성을 ‘박제’시켜 놓고 영원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언제나 같은 이미지로 다가올 수 있도록, 세월이 지나도 구시대의 유물이 되지 않고 여전히 현재진행형 같은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말이다. 형식을 파괴하고 전통적인 소설의 구조 대신 새로운 형태로 발현되어 소설이라는 단어만으로는 규정하기 힘든 보다 확대된 개념에서 이상의 날개는 여전히 흥미진진함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차별화된 독서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