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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티보가의 사람들

sungjin 2012. 11. 23. 11:03



인류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빠르게 진보해 간다고 한다. 과학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걸쳐 의식이 깨어나고 문화 영역 전반에 걸쳐 성숙되고 향상 된 형태로 등장하거나 혁명적이고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소설 속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마르탱 뒤 가르의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으면서 놀라게 된다면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경계로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시대의 이야기를 중반 이후부터 철저하게 압축시키고 폭발시켰다는 점이다. 문학적 재능을 지닌 한 소년의 성장기, 또는 티보가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 가족물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1914년이라는 작품의 시대를 기점으로 전혀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바뀌어 버리게 된다. 티보가의 이야기는 변함없이 흐르지만 그들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현실주의적인 형과 이상주의적인 동생의 이야기로 갈라지게 되고 두 형제의 이야기 속에 격변하는 시대의 모습들을 담아 독자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지닌 소리로 다가오게 된다.

장광설은 이제 질색이에요! 그런... 이데올로기 이야기는 정말 싫어요!...

지루할 것 같은 장광설, 이제는 뻔할 것 같은 이데올로기의 대립, 사상의 대립은 여전히 깊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각자의 가치관들은 끊임없이 지적인 갈증을 불러일으키고, 그와 동시에 갈증을 해결해 준다. 영원히 반복되는 듯 하지만 지나고 보면 어느 새 한단계 성장하게 되는 인류의 성장통과 함께 티보가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진행형일 수 밖에 없는 즐거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고전이기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라는 권위에 기대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고 위대함에 존경심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티보가의 두 형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어지면서 작은 일상의 삶의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한 소년의 학창시절의 일탈, 첫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추억,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성장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대하소설의 묘미가 함께 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사회주의의 등장으로 인해 폭발되는 새로운 혁명의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그들이 보여준 시대의 모습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생각의 홍수를 헤엄치는 것도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는 즐거움이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엮이면서 펼쳐나가는 드라마의 재미 역시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을 통해 펼쳐나가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에 뒤쳐져 지금의 우리들의 정서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면서도 현재형의 느낌을 살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하느님이 없다고 해도 저한테는 불편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종교라는 테두리 밖에서 발전되어왔습니다.

니체는 신의 개념을 말살했다. 그 대신 그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가져다놓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첫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무신론이 더 멀리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때이다. 무신론은 인간이라는 개념마저도 말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의를 너무 믿으면 안 돼. 정의를 부르짖는 녀셕치고 트집쟁이이고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은 없으니까!

“자본주의 경제가 권력을 쥐고 있는 한-민주적 자유에 대한 민중의 요구가 진정한 혁명을 발전시킬 수는 없어...”

우리는 모두가 영웅적이고 피비린내나는 로맨시티즘에 중독되어 있는 거야...

정치적 감각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야? -사생활에서 우리가 저마다 무례한 행동-또는 죄라고 생각하며 배척하고 있는 것을 사회적 투쟁에서는 용인한다- 그런 거야?

권력의 행사에는 부도덕성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마련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를 혁명가로 만든 것은... 부르주아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야...

돈은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을 위해 이자를 낳는다는 점이야! 한없이 새끼를 치는거야! 가장 부도덕한 방법으로 살과 땀에서 떼어냈다는 것!

그것은 모두... 그것은 모두... 그것은 유-토-피아야!

티보가의 사람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