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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오발탄(誤發彈)

sungjin 2012. 11. 11. 19:54



"우리는 모두 신의 오발탄(誤發彈)인지도 모른다.”

 

목표로 했던 위치를 향해 발사되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떨어진 오발탄처럼 해방 이후 전쟁을 거치며 오랜 시간 동안 서민들은 갈 곳을 잃고 삶의 목표를 향해 오발탄을 날릴 수 밖에 없었다. 타의에 의해 분단 될 수 밖에 없는 민족의 역사,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지속되는 냉정 시대의 축소판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은 온통 오발탄 같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삶의 목표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없는 사람들, 처음부터 목표를 찾지 못한 채 의미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사람들 등 저마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듯 이범선의 오발탄은 시대의 그림자들을 담아 독자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해방은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며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분단 된 나라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큰 비극을 낳게 되었다. 여전히 사회는 혼란스럽기만 하고 곳곳에 방황하는 오발탄의 흔적들이 산재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시대의 오발탄은 결국 가난이라는 형태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삶을 위해, 아니 생존을 위해 도덕과 윤리마저도 허수아비 취급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에게 있어서 양심이라는 것은 삶을 구속하는 장애물인지도 모른다. 희망의 미래, 보다 나은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 조차 꿈꿀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난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양심을 간직하고 살면 가난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심을 버리고 살면 결국 사회적 규정에 따른 결과가 따라오게 되나 때로는 규정을 피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도 한다.

 

세상은 모순으로 채워지기 시작하고 부조리한 모습들을 누구도 바로 세우지 못한다. 때문에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철저하게 현실을 반영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시대의 모습들을 짧은 단편 속에 압축시켰고 고스란히 재현해 내었다. 소설을 통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호소력 짙게 외쳐대고 있었으며 묵직하게 가슴을 울릴 수 있었다.

 

오발탄의 이야기는 비극이다. 철저하게 현실에 내려온 슬픈 자화상이다. 동시에 오발탄의 이야기는 시대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비극, 그리고 우리 사회의 비극이 뼈대를 이루고 그 안에서 펼쳐진 이야기다. 때문에 오발탄의 이야기는 작지만 강한 소리로, 짧지만 묵직하게 파고드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