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이 많기에 완벽으로 향해갈 수 있는… 사건으로 시작해서 사건으로 마무리 된다. 한 마을에서 일어난 연속되는 사건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만을 연결시킨 채 조용히,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게 마무리 된다. 한적한 마을을 무대로 소름끼칠 정도로 두려움을 내재시켜 모르는 사이에 보는 이들에게 혼란과 공포감을 조금씩 스며들게 하였다. 낙마, 실명, 화재, 폭행, 성, 살해의 현장까지…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의 연속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대신 보이지 않는 광기의 반복으로 사건을 덮어버린다. 일련의 연속 된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일으켜야만 했는지 명쾌하게 해답을 던져주지 않는다.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과정,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의 마무리는 모..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 시리즈를 읽으면서 흔히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내가 범인이라면 김전일부터 죽인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마야 유타카는 바로 이런 금기를 부수면서 탐정소설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탐정소설의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인지, 트릭을 밝혀내면서 알리바이가 무너지는 순간의 전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최고의 탐정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풀리지 않는 신비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때로는 사건을 전혀 해결하지 못할 때도 있을 것 아닙니까? 탐정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심한 주인공 보정은 아닐까요? 범인을 잘못 지목할 수도 있고 억울한 사람에게 평생 누명을 씌울 수도 있는 건 아닐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이름이 없었다면 이 작품을 읽었을까요? 글쎄요 아마 전 아니였을 것 같습니다. 치정극에 조롱을 담을 수 있는 뼈있는 웃음은 작품의 줄거리만으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범위였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작가가 보여주었던 것들이 얼마나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에게 있어서 이야기의 재미보다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의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조금은 기대했던 재미에 미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보코프의 소설이라고 해봐야 ‘롤리타’, ‘절망’, ‘사형장으로의 초대’ 이렇게 3작품만 읽었을 뿐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3작품만으로도 나보코프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기 때문입..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마치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신본격 미스터리의 장점을 살려낸 특유의 작위적 설정이 만들어 낸 재미에서부터 일상의 미스터리를 통해 잔잔한 여운을 남겨 줍니다. 환타지와의 결합을 시도하는가 하면 극한의 상황이 만들어 내는 공포물, 서술 트릭, 말장난, 퍼즐의 형식을 띈 구성과 플롯 등 현재까지 미스터리 소설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모습들이 이제까지 작가가 발표한 작품을 통해서 다양하고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아마 요네자와 호노부의 평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왕과 서커스'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사회적 이슈를 결합하여 요네자와 호노부 월드를 확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어디 사는 멍청이가 우주에서 반물질폭탄의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이차원(異次元)의 입구 따위는 열릴 리 없었을 것이다. 어디 사는 멍청이가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았다면,인류가 이차원에 이주하는 일 따위 없었을 것이고, 독립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 사는 멍청이가 이차원 물리 따위 연구하지 않았다면차원병기 같은 걸 인간이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 사는 멍청이가 차원병기 같은 걸 전쟁에 투입하지 않았다면내가 여자공병에 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을 아득히 뛰어넘는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거대로봇은 교복을 입은 여고생과 같은 외형을 지니고 있다. 놀랍게도 이 병기는 외형만이 아니라 실제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쉴새 없이 수다를 떨고 있는 요즘의 평범한 여고생과 똑같이 ..
한스미디어 미스터리 소설 중 일부가 재정가 책정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 중이더군요. 한스미디어의 미스터리 시리즈는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은 언제나 살며시 미소짓게 만드는 웃음이 있습니다.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이야미스'라고도 불리는 이른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는 미스터리는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고 역한 느낌으로 가득찬 분위기 임에도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읽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중독성이야 말로 '이야미스'가 지닌 큰 매력이죠. 진홍빛 속삭임/프릭스 아야츠지 유키토의 이름에 신뢰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십각관의 살인이후 꾸준히 펼쳐내고 있는 아야츠지 유키토 ..
‘쓰쿠모주쿠’를 읽는 내내 빨려 들 수 밖에 없었다. 마이조 오타로의 환각이 다시 한번 강력한 힘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흔한 말로 “약빨고 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과감함을 넘어 극한의 상상력이 도달한 곳에서 환각 같은 상상력이 펼쳐진다. 니시오 이신이나 사토 유야, 서브컬쳐의 영향력하에서 태어난 작가들의 경향이 극단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이조 오타로는 그 중에서도 단연코 돋보인다.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보는 사람들마다 실신시켜 버리고 마는 탐정 ‘쓰쿠모주쿠’의 이야기를 이렇게 충격적으로, 이렇게 어이없을 정도로, 그리고 이렇게 황당할 정도로 마무리 짓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페이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식간에 읽어나갈..
단편집에서도 여전히 루슈디의 매력은 변함없이 읽는 이들을 매혹시킨다. ‘이스트, 웨스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단편들을 각각 ‘이스트’, ‘웨스트’, ‘이스트, 웨스트’의 3개의 챕터로 나누어 살만 루슈디의 정체성을 담았고,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투영시켰다. 물론 특유의 입담을 담아 환상적인 이야기의 묘미를 마음껏 펼쳐내었으며 때로는 애수를 담아 가슴 한 켠을 적셔줄 수 있는 감성을 곳곳에 반짝거리게 하였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정체성은 ‘이스트’에서 비틀리기 시작한다. 시대의 상처를 간직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의 모습들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웨스트’편에 들어오면서 루슈디의 본격적인 문학적 재능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서양의 실제적인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서..
이런 느낌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반했다! 뻑 갔다! 무척이나 재미있는 느낌을 인상적인 한마디로 정리하고 싶은데 막상 글로 표현하려고 하니 적당한 단어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자! 원작의 에피소드를 최대한 활용하자! 원작의 팬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도록 셜록 홈즈 특유의 캐릭터성을 극대화 시킨다. 팬들이 홈즈 시리즈에 열광했던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21세기 런던을 무대로 완벽하게 재현시킨다. 추리가 어설프다고? 명성에 비해 그다지 훌륭한 소설 같지는 않다고? 당연하지! 셜록 홈즈의 인기는 추리 소설의 완벽함에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니까! 홈즈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낸 독특함은 그 어떤 작품 속 주인공도 도달할 수 없는 고유한..
에인 랜드의 작품은 언제나 명쾌하다. 주제가 확실하며 그 주제를 소설 속에서 표현함에 있어서 매우 정직한 직구로 승부해오기 때문이다. 그녀의 철학을 담고 그녀의 사상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유롭게 풀어낸다. 처음부터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설령 그녀의 주장에 헛점이 있어도 그것을 지적한 틈조차 주지 않고 쉴새 없이 밀어붙인다. ‘형제들의 궁전’ 역시 마찬가지로 그녀가 평생에 걸쳐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개인’의 가치를 높인 객관주의 철학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탄압받고 억압받는 극단적인 평등주의와 대립시켜 그녀의 주장을 짧지만 강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극적인 반전도 없다. 치밀한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경이로움도 없다. 정교하게 짜여진 플롯이 이러 저리 조립되면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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