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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마치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신본격 미스터리의 장점을 살려낸 특유의 작위적 설정이 만들어 낸 재미에서부터 일상의 미스터리를 통해 잔잔한 여운을 남겨 줍니다. 환타지와의 결합을 시도하는가 하면 극한의 상황이 만들어 내는 공포물, 서술 트릭, 말장난, 퍼즐의 형식을 띈 구성과 플롯 등 현재까지 미스터리 소설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모습들이 이제까지 작가가 발표한 작품을 통해서 다양하고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아마 요네자와 호노부의 평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왕과 서커스'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사회적 이슈를 결합하여 요네자와 호노부 월드를 확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전작과의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작품 세계관을 이어주는 한편 역사적 사실을 무대로 사회파 미스터리 특유의 깊이가 있습니다. 물론 일상물의 가벼움도 함께 합니다. 단편집 '야경'보다 더욱 넓게 펼쳐진 장편의 재미가 살아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 작가가 추구하는 소설의 방향성이 '야경'과 '왕과 서커스'를 거치면서 확립되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신본격 미스터리로 출발하여 일상의 미스터리를 거쳐 드디어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이 도달한 곳은 여기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향후 발표 될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줄어들 것 같기도 합니다. '인사이트 밀'과 같은 미스터리를 위해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는 작품, '추상오단장' 처럼 특유의 블록이 만들어 낸 독특함이 있는 작품, '부러진 용골'에서 보여주었던 장르의 융합이나 '고전부 시리즈'가 선사한 일상의 잔잔한 미스터리의 즐거움에 이어 이번에는 어떤 다채로움과 다양성을 지닌 미스터리를 보여줄까? 라는 호기심이 더 이상으로 일어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일까요?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여전히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은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고전부 시리즈'의 학창 시절은 여전히 가슴 한켠의 추억을 자극하는 두근거림이 있고 '소시민 시리즈' 역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차한잔의 여유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