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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의 장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난해한 장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쉬운 장일 수 있다. 신선하고 색다른 조이스의 서술 기법, 특히 2장 네스토르에서 미약하게나마 선보였던 교리문답체가 이타카에서는 완성되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조이스가 선보이는 문체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 특성을 가진 정보집합체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타카의 장은 조이스가 독자들에게 경험시켜 줄 수 있는 정보의 소용돌이다. 묻고 답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읽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쉽고 서술 방식에 있어서는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올지 모르나 압도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 독자들을 허우적거리게 만들어 버린다. 조이스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철학들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학과 역학, 과학, 음악과 미술 등 학문의 경계나 예술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쏟아내기 시작한다.
조이스가 문장력에 있어서 얼마나 달인이고 언어학에 있어 얼마나 천재인지는 확인했다. 또한 그가 변태적 속성에서도 얼마나 4사원적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만물박사 조이스다. 이미 앞선 챕터를 통해서 조이스가 얼마나 다방면에 걸쳐 식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타카의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드러나가 시작한다. 율리시스 라는 백과사전 안에 들어 있는 또 하나의 작은 백과사전처럼 이타카의 장은 철저하게 정보의 홍수를 쏟아내며 장광설로 독자들을 압도해 나간다. 문체의 실험성과 서술방식에 있어서 이타카의 장은 굉장히 혁신적이고 텍스트가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이타카의 장이 좀처럼 부담스럽다면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표현 방법과 묘사의 형식에 있어서 이타카의 장만큼 재미있게 서술한 장도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고 같은 행동을 취하더라도 이타카의 장에서 묘사되는 형식은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두 번째 장 네스토르에서 스티븐이 학생들을 상대로 묻고 답하기를 선보였다면 끝에서 두 번째 장인 이타카에서는 독자들을 상대로 묻고 답하기를 한다. 단 이번에는 자문자답이다. 조이스만이 물을 수 있는 질문이고 조이스만이 대답할 수 있는 답변이다.세상에서 율리시스 같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조이스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알고 있다. 이미 이타카의 장까지 오기까지 조이스가 보여주었던 모습들 속에서 충분하지만 조이스는 이타카에서 결정적 쐐기를 박는다. 조이스 선생님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조이스의 질주는 멈출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길을 달려왔고 결말이 바로 눈 앞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다. 할 수 없다. 이번에도 조이스의 함정에 빠져들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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