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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율리시스 제18장 – 페넬로페

sungjin 2012. 4. 3. 16:36



율리시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타카의 장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가장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율리시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페넬로페”의 장을 꼽고 싶다. 세이렌의 장에서 보여주었던 음악적 운율감과 키르케의 장에서 보여주었던 감성의 조각들이 더해진 페넬로페의 장은 마리언 블룸의 의식 속에서 마치 물흐르듯 잔잔하게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오직 몰리의 독백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음에도 조이스는 특유의 운율감을 살려 하나의 산문시와 같은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였으며 특유의 망상과 익살스러움이 넘치는 재기발랄함을 통해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

조이스는 여성의 시점에서 흐르는 내적 독백을 통해 문장의 유려함을 살리면서 그동안 블룸의 기억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마리언 블룸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형상화시켰다. 특히 마리언의 모습과 블룸 부인의 모습을 동시다발적으로 묘사하면서 몰리의 의식 속에 간직되어 있는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내면 깊숙히 간직되어 있는 몰리의 추억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망상, 경험은 물론이고 질투와 호기심, 애정과 그리움 등 감성적이고 섬세한 감정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나열하면서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몰리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풍부한 감성들로 채워져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보다 두근거릴 수 있는 떨림을 줄 수 있고 반짝이는 감성의 조각들을 빛나게 할 수 있었다. 조이스의 감각적인 언어적 묘사가 뛰어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였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으로 묘사될 수 있었다.

오직 독백만으로 구성 된 페넬로페의 장은 잠시의 휴식도 없이 마지막 단어가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몰리의 독백을 조이스는 가장 마지막에 배치함으로 인해 더욱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블룸의 청혼에 대한 긍정의 대답으로 마무리 짓기까지 순간의 두근거리는 감정마저 설레일 수 밖에 없는 깊고 잔잔한 여운의 감동으로 다가오게 하였다. 특히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이타카의 장 바로 다음에 위치하면서 이 같은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었고 여성의 감성이 더해지면서 잔잔한 여운의 감동을 더욱 오랫동안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몰리의 독백으로 마무리 되는 율리시스의 이야기는 하루의 마무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순환되는 독백 속에서 계속되는 몰리의 이야기는 모든 것에 대한 긍정의 의미를 담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소시민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지만 언제나 부정적이거나 어두운 이미지가 아닌 밝은 느낌으로 마무리 하면서 반복적 삶에 대한 긍정의 대답을 통해 소시민들의 삶을 희망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가 그렇기를 바라는 조이스의 바램이였을 것이다. 소시민적 하루의 삶의 반복 속에서도 희망의 담았고 때문에 율리시스의 하루는 우리들에게 마지막까지 즐거움으로 가득한 가장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하루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