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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올랜도 by 버지니아 울프

sungjin 2012. 4. 8. 11:53




버지니아 울프는 편하게 재미삼아 올랜도를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올랜도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올랜도는 올랜도라는 주인공의 자전적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 전기소설(傳記小說, biography)이면서 동시에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전기소설(傳奇小說, strange novel)이기 때문이다. 16세기에 남자로 태어난 올랜도가 여성으로 바뀌어 여성으로서의 삶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안에 내재해 있는 남성의 본질까지 동시에 소유하게 된 그녀의 삶은 20세기까지 이어지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수백년의 변화를 흡수하게 되고 중세의 배경은 어느 틈엔가 자동차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의 특징들을 반영하면서 현대 사회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게 된다. 남성이였던 그의 이야기는 여성으로 변한 이후 본격적으로 기이한 성격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올랜도의 이야기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일상적이고 담담하다.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절제 되고 유려한 문장이 자아내는 잔잔한 느낌을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서술해 나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문장의 묘미가 만들어 내는 울프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는 올랜도에서도 그 빛을 발휘하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아무리 재미없는 이야기를 쓰더라도 울프의 손을 거치면 그 반짝임에 반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역량이 올랜도라는 작품 안에서도 여전히 빛이 나기 때문에 작품의 마지막까지 가만히 숨 죽이고 읽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한 작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 전기소설의 성격에 충실하게 맞추어 올랜도가 마지막까지 추구해야만 했던 문학적 예술가로서의 의미와 내면 속에 있는 진실한 자아찾기를 위한 여정을 그려나가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전기소설로서의 특징 뿐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의 사상과 생각들이 작품 내에서 자유롭게 삽입되면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서의 모습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남성이자 여성이라는 양성의 융합과 조화, 그리고 분리를 통해 울프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였던 여성이라는 테마에 대해서도 조용하지만 호소력 있게 이야기하면서 여성작가의 페미니즘 문학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환상 문학 또는 판타지 소설(환타지 소설)를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렇게 때문에 올랜도라는 작품은 환상 문학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특징적인 모습들을 고스란히 지닐 수 있었다. 특히 외적 정보를 최소화 하고 사건을 간단하게 구성하였고 외부적인 고찰이 필요한 부분은 소설 속에서 다루지 않고 전문가들에게 넘겨버리는 서술을 취하면서 보다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올랜도는 환상 문학 또는 판타지 소설(환타지 소설) 경계선상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울프는 작품 속에서 환상이 현실과 만나면 부서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올랜도는 환상과 현실이 만나도 부서지지 않도록 환상 문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면서도 전통적인 문학적 시각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