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Dragon)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딘가에서는 신성스러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사악한 존재이기도 하다. 환타지라는 세계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가장 널리 알려진 몬스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정 드래곤즈의 드래곤은 어떤 의미일까? 고래를 잡는 포경선에서 고래가 지니는 의미와 동일한 위치에서 용을 잡는 포룡선의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한 존재일까? 용을 잡아서 고기는 먹고 각종 기관들을 시장에 팔아서 수익을 유지하는 상품일까? 아니! 동경의 대상이다. 어린 시절부터 용을 보고 꿈을 꾸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환상을 찾아 꿈을 찾아 결국 발견해낸 드래곤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서 포룡선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던 것이다.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압도적인 존재이면서 대자연과 싸우는 인간처럼 맞서 ..
용사는 마왕을 쓰러뜨리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마왕이 없어진 세상은 정말 평화로울까? 인간들끼리 싸움이 끊이지 않는데? 호모 켄타로우스라고? 그럼 네발 달린 인간? 날개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능이라구? 용학부는 더 이상 취업이 되지 않잖아. 용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 줄어 버렸는데… 쿠이료코의 단편집 ‘용의 학교는 산위에’를 읽으면서 어느 새 일상 속에 환타지가 자연스럽게 위치하게 된다. 선택 받은 “용사는 마왕을 무찌르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고전적인 히어로의 이야기 대신 희망을 담아 획득한 전통적인 용사의 이야기의 마지막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현실에 뿌리는 내리고… 기본적으로 단행본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현실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환타지다. 용기와 희망..
힘든 요리소재들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매번 독 누군가에게 이 작품은 이색적인 환타지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 이 작품은 이색적인 요리만화가 될 것이다. 그만큼 환타지에 충실한 작품지만 동시에 요리라는 소재에 충실한 요리만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특징들이 합쳐지면서 뜻하지 않게 제법 현실감 넘치는 환타지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자들에게 새로운 지적인 유희를 던져주었고 유쾌한 환타지 세상 속에서 펼쳐지는 식도락의 향연을 펼쳐나갔다. 세계관은 전통적으로 구성하자. 캐릭터는 교과서적인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를 배치하는게 좋겠지. 스토리 전개는? 역시 환타지니까? 파티원들간의 팀워크를 통해서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지. 하지만 이 만화는 보급을 위해 요리만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사춘기 시절의 방황, 소년 소녀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언제나 가슴 아플 수 밖에 없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 익숙한 이야기, 익숙한 소재, 익숙한 모습들이 곳곳에 파편처럼 퍼져나간다. 신선하고 새롭게…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형태로…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이라는 형태는 만화라는 장르에서 가장 표현하기 힘들다고는 한다. 하지만 사쿠이시 해럴드의 BECK이나 니노미아 토모코의 노다메 칸타빌레 등 지면 위에서 훌륭하게 보이는 음악을 연출해낸 작품은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이라는 소재가 반드시 만화에 있어서 더 이상 높은 장벽은 아니라고 생각해왔었다. 때문에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이 기대되는 점은 이 같은 음악이라는 소재를 얼마나 지면 위에서 훌륭하..
‘모험’이라는 키워드에서 언제나 빠질 수 없는 ‘보물섬’이라는 키워드는 언제나 보는 이들에게 설레임을 선사할 수 밖에 없는 마법 같은 단어가 아닐까? 아직 보지 못한 세계, 미지의 생물, 그리고 놀라움으로 가득 채워진 기계장치나 아이템들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호기심이라는 본능을 극대화 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설령 그곳에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말이다. 곤과 키르아가 주역에서 물러나고 크라피카와 레오리오가 주역으로 바뀐 “암흑대륙”편이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RPG 특유의 게임성을 만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었던 ‘그리드 아일랜드’와 극한의 상황에서 초월적인 전략과 배틀을 벌였던 ‘키메라 앤트’편이 곤과 키르아의 성장이라는 테마와 맞물리면서 소년지 특유의 우정..
이 소리의 의미를 당신이 아나요? 당신 외에 이 방에 있는 자는 모두 압니다! 이건… 혁명의 소리예요! 낡은 인습을 깨부수고 새 시대를 고하는 소리죠! 저도… 언젠가 그 소리를 찾아내어 작곡할 겁니다. 저는…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귀족이 제 음악 앞에 무릎 꿇도록 만들겠어요!! 영원한 침묵의 세상이 오기 전에 자연의 모든 소리를 기록하고 싶었던 베토벤의 이야기를 다룬 ‘루드비히 B.’는 작가의 사망으로 완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읽는 이들에게 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동시에 평생에 걸쳐 만화라는 기호가 가지는 본질적인 재미의 힘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 음악이라는 청각적인 감각을 만화라는 시각적인 형태로 구현하고 그 어떤 베토벤의 이야기보다..
“망각으로 뒤덮인 세계 속에서…” 이시구로 가즈오의 ‘파묻힌 거인’이 선사하는 환상은 묵직하고 흥미롭다. 환상소설이 일반적으로 지니기 쉬운 자유로운 상상의 세상 속에서 무한히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조용하게 숨죽이며 한발한발 걸어나가는 듯한 답답함이 담겨 있다. 환상소설이 지닐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인 화려함대신 사색적으로 흐르는 듯한 사고의 호수 밑바닥까지 깊숙하게 가라앉혀 놓고 독자들을 끌어올리는 듯한 느릿느릿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묵직하게… 그리고 이 묵직함을 조금씩 조금씩 작품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으로 만들어 간다. 좀처럼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 있게 된다. 묵직한 이야기의 힘은 특유의 환상과 함께 마지막까지 ..
관성의 법칙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때마다 매번 같은 소리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물이지 않을까?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여러가지 의미로 신선하고 놀라움이 가득하지만 반복되는 변주곡에 어느 새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나면 어느 새 하루키의 소설은 습관적으로 읽을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독서생활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성의 법칙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신작이라기 보다는 변주곡 같은 하루키의 소설을 반복해서 읽는다는 느낌이 들어도 특별히 관성이라는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특유의 현학적인 이미지가 자아내는 신비로움이 매혹적인 문장들의 바다 속에서 지속적으로 중독될 수 밖에 없는 하루키의 소설은 결국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길 수 밖에 없도록 만들 ..
SF는 닿을 수 없는 환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다. 비록 그것이 현실성을 가질 수 없더라도 말이다. 상상력의 바닥에는 언제나 과학이라는 강력한 현실을 버팀목으로 세우고 있기 때문에 희망의 씨앗을 남겨놓을 수 있는 마법 같은 소설이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죽음으로 채워져 있는 암흑의 우주의 바다에서도 희망을 채워 넣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상상력에서 탄생된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의 다음 세상으로 독자들을 인도할 수 있는 길라잡이이기도 하다. SF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SF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아주 작은 일상 속에서 대화를 통해서도 이 같은 희망을 심은 가능성을..
“필살기”가 매력적이 이유는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궁극의 오의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 시킨 수련의 결정체이며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필살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패배’라는 그림자가 지배해 버리고 만다. 그만큼 신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필살기”다. “야구”는 아다치 미츠루의 “필살기”다. 아다치의 야구만화는 믿고 볼 수 밖에 없고, 아다치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묵직한 야구를 펼쳐낸다. 누군가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연애물’이라고 한다. 천만에! 그건 아다치의 만화를 이해하지 못한거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이해하지 못한거다. 아다치의 야구만화에서는 투수가 마운드 위에 서있는 모습만으로도 마운드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누구보다 고독할 수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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