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다. 코트의 함성도, 선수들의 땀방울도...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이렇게 치열한 경기 중에... 이렇게 무거운 정적을 느낄 수 있도록... 소라의 날개를 보면서 가장 흐뭇한 점은 등장인물들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가는 과정, 성장해가는 과정만이 아니라 작가가 만화가로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렇게 성장한 작가의 농구 드라마를 읽어나가면서 어느 틈엔가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그림은 물론이고 연출까지 놀라움이라는 단어를 넘어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숨을 죽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한 컷 한 컷에 시선을 고정하고 가만히 응시하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깊은 여운이 취해 있게 되고 다시 한번 더 처음부터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네번째 파트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는 시리즈 전체의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스탠드’라는 개념을 확장시키고 다양한 응용을 통해 발전시켰다. 이와 동시에 능력자 배틀을 통해 펼쳐지는 두뇌 플레이의 정석을 확립시키며 죠죠의 기묘한 모험만이 지닌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기발한 센스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을 정도다. 모리오쵸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4부는 시리즈 전체에 있어서 가장 이질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가장 죠죠다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다. 특유의 마초이즘 중심의 스토리 전개에서 벗어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모음을 통해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 소년만화의 전통적..
아라키 히로히코는 스틸 볼 런에서 자신의 화풍이 지닌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스틸 볼 런에서는 특유의 연출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분위기와 아이디어 등이 결합하면서 이제까지 아라키 히로히코의 작품 세계가 선사하였던 연장선상에서 가장 강력한 그림의 힘과 연출의 힘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대륙횡단 레이스라는 소재에서 확인 할 수 있듯 스틸 볼 런에서 펼쳐지는 레이스는 화려하다. 무엇보다 작가의 화풍이 절정에 달하면서 뿜어내는 묵직한 중량감은 전편에 걸쳐서 독자를 압도한다. 그리고 치열하다. 화면은 가득 채워진 느낌으로 독자들을 압박한다. 순간 순간의 장면에서 기묘한 포즈를 그리는데 있어서 탁월한 센스를 지닌 작가가 이번에는 한 컷 한 컷에 힘을 실어 그림이 지닌 힘을 보여주며 절로 탄성을 지르게..
보다 쉽게, 보다 부담 없이, 조금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러나 여전히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그래도 읽고 있는 동안 만큼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제목 그대로 로맨스다. 한 남자의 순애보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사랑이 만들어 내는 감동이 시대를 넘어서 살아 숨쉬는 듯한 영원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선물이다. 삶과 죽음, 식민지 시대의 아픔,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갈등의 모습들, 문화와 문화의 만남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모순들이 작품 속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표면적인 이야기는 로맨스이기 때문에 모두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우리는 중세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소리쳐도, ‘우리는 아직도 식민지 시대에 살고..
클로버는 클램프가 보여줄 수 있는 미장센의 완결점이다. 만화라는 매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차별적인 연출이 어떻게 하면 이토록 환상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경이적인 작품이다. 칭찬이 너무 지나친 건 아니냐고? 아니 오히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찬사를 쏟아내고 싶은데 어휘력이 부족해서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새하얀 종이 위에서 스크린톤 연출을 철저하게 자제하고 시각적 미장센을 극대화시켰다. 클램프식 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X(엑스)는 물론이고 파괴적 골격에서 완성된 클램프의 스타일을 거부하고 클로버는 프레임의 효과, 칸과 칸 사이의 형식을 파괴한 또 하나의 미학의 완성을 보여주었다. 그림과 글이 ..
카나리 요자부로의 김전일, 일본식으로 긴다이치 하지메의 사건일지는 근본적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에 많은 빚을 지고 시작하고 있었다. 어딘가 나사 빠진듯한 고등학생이 천재성을 발휘하면서 독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알려진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과 판박이였으며 켄모치 이사무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코우스케의 시대와 김전일의 시대는 전쟁을 사이에 두고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소설과 만화라는 표현매체의 차이는 더욱 크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캐릭터 구성에 있어서 김전일은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를 연상시킬 수 밖에 없었고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 긴다이치 코스케의 인기를 고스란히 답습하며 김전일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릴 수 있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살펴보면 김전일 ..
흐린 하늘 프리즘 솔라카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는 많습니다만 만화를 잘그리는 작가는 얼마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라타 유스케는 정말 만화를 잘그린다고 확신하는 작가입니다. 작품의 재미를 떠나 무라타 유스케가 그리면 무조건 보고 싶네요. 정말 정말 만화 잘그리네요, 아다마스 7,8권 여전히 보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엇지 창간호 만화의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 지고 어느 정도 만화라는 문화에 대한 학문적 완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설과는 달리 체계적인 연구와 정리가 미흡한 만화판에 이 같은 잡지의 등장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입니다. 언젠가 만화가 재미만이 아니라 가치적인 인식으로 대중들의 품속으로 파고 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만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금전적 가..
단편에서도 여전히 이탈로 칼비노의 센스는 탁월합니다만 단편이기 때문에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이 주는 매력이 모두 펼쳐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일상 속에서 아주 미묘하게 틀어지는 상황에서 포착해 내는 뜻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지만 무한한 세계로 뻗어가면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이탈로 칼비노의 환상이 배제되면서 아쉬움도 남습니다. 마법 같은…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졌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나 과학이라는 기적이 만들어낸 영원의 시간성으로 우리들의 세상이 얼마나 멋지고 위대한지를 느끼게 해주었던 ‘우주만화’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뻗어나간 칼비노의 상상력이지만 단편이라는 매력을 작가 특유의 센스로 읽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비틀림이..
구토는 다시 읽어도 내게 있어서 그다지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소화할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우연적이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구토에서 기록된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은 우연적인 삶의 단속적인 단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듯 하다. 치밀하게 계산된 구조에 맞추어 퍼즐을 맞추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매순간 존재하는 사물, 만나는 사람들, 떠오르는 생각들이 우연적 산물처럼 나열되고 있을 뿐이다. 조립한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열되는 삶의 하루하루는 읽는 내내 무의미한 정보의 양을 늘려가며 작품에 대한 어떠한 몰입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지게 된다.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은..
- Total
- Today
- Yesterday
- 제임스 조이스
- 코난
- 토리야마 아키라
- 우라사와 나오키
- 카키노우치 나루미
-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
- 괴도 키드
- 타나카 요시키
- 밀란 쿤데라
- 리얼
- 버지니아 울프
- 은혼
- 타케우치 나오코
- 이노우에 타케히코
- 불새
- 클램프
- 오다 에이이치로
- 마츠모토 타이요
- 원피스
- 아오야마 고쇼
- 테즈카 오사무
- 센티멘탈 져니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 아다치 미츠루
- 타카하시 루미코
- 매직쾌두
- 명탐정 코난
- 카타야마 카즈요시
- 센티멘탈 그래피티
- 율리시스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
| 2 | 3 | 4 | 5 | 6 | 7 | 8 |
| 9 | 10 | 11 | 12 | 13 | 14 | 15 |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