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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 요자부로의 김전일, 일본식으로 긴다이치 하지메의 사건일지는 근본적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에 많은 빚을 지고 시작하고 있었다. 어딘가 나사 빠진듯한 고등학생이 천재성을 발휘하면서 독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알려진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과 판박이였으며 켄모치 이사무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코우스케의 시대와 김전일의 시대는 전쟁을 사이에 두고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소설과 만화라는 표현매체의 차이는 더욱 크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캐릭터 구성에 있어서 김전일은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를 연상시킬 수 밖에 없었고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 긴다이치 코스케의 인기를 고스란히 답습하며 김전일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릴 수 있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살펴보면 김전일 시리즈는 마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또 다른 버젼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대판 긴다이치 코스케의 재림이였다. 기묘한 분위기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는 섬뜩함이 살아있는 전설과 이어진다. 폐쇄된 마을 또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연쇄살인 사건들, 히스테릭한 상태로 있는 사람들, 마지막까지 지속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읽을 때의 느낌이였다. 작품 전편에 걸쳐 짙게 깔려있는 무거움과 답답함이 조금씩 극도의 긴장상태로 독자들을 몰아넣고 극단적인 분위기 메이킹을 하고 있다. 극한 상태에 몰리면 몰릴수록 추리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의 전율은 커진다.
결과적으로 카나리 요자부로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매력을 김전일이라는 만화에서 효과적으로 이식할 수 있었고 고단샤의 매거진 편집부의 기획이 함께하면서 철저하게 공식화된 패턴화를 통해서 뻔해!라고 외치게 되는 식상함마저도 뛰어넘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을 왼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전일 시리즈는 시작부터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만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라는 설정을 요코미조 세이시의 유족과 아무런 합의 없이 사용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 같은 과오는 지금까지도 오점이되어 꼬리처럼 따라다니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코우스케의 이름은 작품 속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표절을 넘어서 타인의 아이디어를 마구 차용하고 심지어는 대놓고 복사하면서 창작자로서 용서할 수 없는 (범죄나 다름없는)행위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일본의 만화사에서 김전일이라는 작품의 위치가 절대적임에도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시리즈 초반 보여준 이같은 과오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가나리 요자부로는 김전일 시리즈에서 빠지게 되고 편집기자에서 출발해 구성작가로 참여하게 된 아마기 세이마루가 메인 스토리를 담당하면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색깔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case라는 사건일지로 바뀌면서 김전일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나 동시에 김전일이라는 추리만화가 쌓아올린 금자탑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의도적으로 요코미조 세이시를 언급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었고 카나리 요자브로 특유의 전설의 이미지를 배제하기 시작한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의 색깔을 없애고 김전일 역시 할아버지의 후광에서 독립하려고 발버퉁 친다. 작품만 놓고 가나리 요자브로처럼 표절같은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고 오히려 보다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함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김전일을 읽으면서 느껴져야할 극한의 긴장감이 무뎌지고 팽팽했던 분위기가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특유의 이미지 메이킹이 부족해지기 시작한다. 분명 김전일이 맞는데 아주 미묘하게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 득한 착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재가 종료된다.
끝난 줄만 알았던 김전일 시리즈가 오랜만에 등장한다. 부정기적이긴 했지만 반가움이 앞섰고 김전일의 새 시리즈 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마침내 시즌2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김전일이 아니다. 김전일이라는 캐릭터만 남았다. 지옥의 광대 타카토만 돌아다닌다. 켄모치, 아케치, 미유키가 등장하지만 그게 끝이다. 시대의 흐름에 밀려난 김전일이 아니라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린 김전일이였다. 판매량이 떨어진 이유는 추리만화의 왼성도가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단순히 예전보다 재미가 없어서였다.
김전일의 인기는 추리만화로써의 완벽함이 아니라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와 물리적 한계 상황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긴장감의 극대화에 있었던 것이다. 트릭의 오류가 있고, 남의 것을 차용했으며, 긴다이치 코스케의 판박이 같은 이미지가 따라다녀도 김전일을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팽팽한 긴장감이 만들어내는 전율감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평소 민담이나 전설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심리적인 자극을 좋아하는 원작자 가나리 요자부로는 어쩌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김전일로 자연스럽게 이식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였는지도 모른다. 카나리 요자부로가 스토리 작가로서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김전일이라는 캐릭터가 활약하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가 사는 세상에서 가나리 요자부로는 좋은 구성작가였던 것이 아니였을까?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김전일라는 캐릭터를 다시 부활시킬 수 밖에 없었던 매거진 편집부의 판단은 조금 아쉽게만 느껴진다. 탐정학원Q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매거진의 발행 부수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었으며, 오랜 시간동안 매거진을 이끌어 나갈만한 빅히트작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 뭐? 김전일을 이렇게라도 계속해서 볼 수 있으니 좋다고? 아니 이럴거면 차라리 김전일을 부활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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