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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다.
코트의 함성도, 선수들의 땀방울도...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이렇게 치열한 경기 중에...
이렇게 무거운 정적을 느낄 수 있도록...
소라의 날개를 보면서 가장 흐뭇한 점은 등장인물들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가는 과정, 성장해가는 과정만이 아니라 작가가 만화가로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렇게 성장한 작가의 농구 드라마를 읽어나가면서 어느 틈엔가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그림은 물론이고 연출까지 놀라움이라는 단어를 넘어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숨을 죽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한 컷 한 컷에 시선을 고정하고 가만히 응시하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깊은 여운이 취해 있게 되고 다시 한번 더 처음부터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한 동안 머리 속에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을 정도로 소라의 날개 38권을 읽고 난 후 차분히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과는 반대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여운 속에 잠겨 있게 된다. 어떻게 이야기 해야 소라의 날개 38권에 대한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 동안 수 많은 스포츠 만화를 감상했지만 이렇게 머릿 속을 새하얗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감탄사를 지르지도 못할 정도로, 소라의 날개라는 작품에서 전해오는 흥분과 긴장, 여운은 잔잔하면서도 깊숙하게 가슴 속을 적셔버리고 말았다.
코트 위에 모든 정보가 그림만으로 담겨 있다. 픽 앤 롤, 픽 앤 팝 등 가장 기본적인 공격전술과 박스 원, 헬핑, 스위칭 등 수비전술들이 쏟아진다. 기술적 플레이 만이 아니라 심리전도 세밀하게 연출한다. 경기의 흐름, 선수들의 경기 조율, 온 볼 플레이와 오프 더 볼 무브가 이상적인 형태로, 아니 생각했던 형태를 훨씬 뛰어 넘을 정도로 연출되어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작가들이 그토록 도전해도 제대로 전달해내지 못했던, 아니 만화이기에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포츠의 느낌을 전해주었다. 공이 튕기는 소리, 림을 가르면서 철썩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슴이 터질듯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강한 심리적 입박감이 느껴진다. 다음에는 어떤 플레이가 펼쳐질까?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할 줄 알았는데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농구 교본을 보듯, 농구 전술북을 이해하듯 스크린을 타고 패스가 이어지며 공격옵션을 선택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백코트와 프런트코트를 오고가며 쉴사이없이 벌어지는 플레이의 흐름이 완벽하게 연출되며 강력한 현실감을 작품 속에 불어 넣는다.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과장된 연출을 통해 보다 차별적인 박진감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리얼하고 정석적인 연출을 통해 실제의 경기에 근접시킨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절정에 달한 그림과 연출은 한 컷 한 컷에 에너지를 담아 순간의 정적인 장면을 완성한다. 순간의 고요함과 정적이 그림 속에 담겨 있다. 한 컷 한 컷 떼어내에 개별적으로 전사해도 순간의 박진감과 긴장감이 살아 있는 순간을 영원히 정지시켜 놓은 것 같다. 터질듯한 긴장감과 부셔져 버릴 것만 같은 치열함이 일순간 정지되어 소름끼칠 정도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정적을 완성해 내었다.
수많은 드라마가 삽입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재미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소라의 이야기, 치아키의 이야기, 토비, 모키치 등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경기와 오버랩 되면서 스포츠의 재미만이 아니라 만화의 재미를 즐기게 된다. 그들의 플레이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각자의 성장드라마는 스포츠 만화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인 과장과 엉터리를 배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감동시킨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의 파편들이 현실감 넘치는 플레이 연출의 힘에 더해지면서 스포츠 만화가 지닌 가치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증명시켰다.
작가의 성장이라는 또 하나의 성장드라마가 함께하면서 소라의 날개를 보는 재미와 감동은 한 층 더 커질 수 밖에 없을것이다. 설마 이정도까지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작가가 처음부터 농구에 대한 애정이 많았고 초반부터 전술이해도와 완성도가 높은 연출은 해오긴 했으나 그림에 힘을 실어내고 연출에 힘을 실어내는데 있어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펼쳐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여기서 더 발전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웬지 모르게 기대하게 된다. 농구의 매력은 무한하고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 농구의 재미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쿠즈류 고교의 선수들이 성장해가는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이지만 역시 내게 있어서 이 작품의 매력은 이정도로 수준 높은 플레이를 연출해 내는 작가의 성장에 맞추어 계속해서 펼쳐질 농구의 재미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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