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또는 율리시즈라는 작품은 평생에 걸쳐 독자들을 골탕먹이려고 작정한 작품입니다. 분명 율리시스는 곳곳에 익살스러움이 가득하고,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며, 소설의 위대함을 페이지마다 펼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제게 ‘당신은 율리시스를 읽었습니까?’라고 물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 망설이게 됩니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없는 내가 과연 이 작품을 읽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라고 한순간 생각하게 됩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난해하기도 하지만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잃게 되는 재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국내에 발행 된 율리시스는 물론이고 원서도 세 가지 판본을 구매할 정도로 나름 열심히 감상하였습니다만 그럴 때마다 율리시스에 대한 수수께끼가 늘어나게 ..
조이스는 언어라는 사회적으로 약속 된 기호가 언제든지 임의적으로 재배열되고 같은 약속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형태를 조금씩 바꾸어 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언어라는 형식의 본질에 가장 깊이 접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율리시스라는 형태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율리시스를 통해 아일랜드의 모든 것을 들려주고 제임스 조이스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통해 문학이라는 형태의 정점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시험하였다.(이 같은 조이스의 언어적 연금술은 이후 “피네간의 경야”를 통해 한층 더 초월적인 형태로 구현된다.) 무엇보다 율리시스는 이 같은 문학의 시대성이나 역사성, 영원성을 동시에 획득하면서도 문학의..
첫만남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라이트 노벨이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취미 생활의 목적은 좋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소설의 영역으로 취미 생활이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율리시스”를 처음 접하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순간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오지 않고 새롭게 감상하는 작품마다 계속 되는 실망감에 젖어 있던 어느 날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라는 수식어가 적혀 있는 율리시스에 넘어간 셈이죠. 처음 접하는 충격 율리시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전율을 일으킬 정도의 충격”입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 텍스트라는 한계를 넘어서 이렇게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전 만화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지금도 그 생각만큼..
얼마전에 생각의 나무판 율리시스를 구매하였는데 이미 생각의 나무에서 김종건 교수가 번역한 율리시스가 있음에도 재구매한 이유는 이전 번역판이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외국어의 표기에 대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넘어갈 수 있으나 편집도 엉망이였고 오타가 많아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려고 해도 참을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보시다시피 2011년 개정해서 새로 나왔길래 여러가지 편집 오류나 잘못 된 부분을 수정하였기 때문에 개정판인줄 알았습니다. 설마 토시하나 바꾸지 않고 엉망진창인 편집 상태 그대로 가격만 올려서 재발행할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율리시스는 문장도 매끄럽지 않고 전체적인 가독성과 가해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안그래도 난이도가 높은 작품인데 가독..
율리시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타카의 장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가장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율리시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페넬로페”의 장을 꼽고 싶다. 세이렌의 장에서 보여주었던 음악적 운율감과 키르케의 장에서 보여주었던 감성의 조각들이 더해진 페넬로페의 장은 마리언 블룸의 의식 속에서 마치 물흐르듯 잔잔하게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오직 몰리의 독백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음에도 조이스는 특유의 운율감을 살려 하나의 산문시와 같은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였으며 특유의 망상과 익살스러움이 넘치는 재기발랄함을 통해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 조이스는 여성의 시점에서 흐르는 내적 독백을 통..
이타카의 장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난해한 장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쉬운 장일 수 있다. 신선하고 색다른 조이스의 서술 기법, 특히 2장 네스토르에서 미약하게나마 선보였던 교리문답체가 이타카에서는 완성되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조이스가 선보이는 문체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 특성을 가진 정보집합체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타카의 장은 조이스가 독자들에게 경험시켜 줄 수 있는 정보의 소용돌이다. 묻고 답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읽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쉽고 서술 방식에 있어서는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올지 모르나 압도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 독자들을 허우적거리게 만들어 버린다. 조이스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철학들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학과 역학, 과학, 음악과 미술 ..
14장에서 스티븐을 만난 블룸은 이후부터는 스티븐과 함께 행동하게 된다. 오딧세우스 장군과 텔레마코스의 만남을 통해 조이스는 이들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이미 스티븐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을 떠올렸을 분 아니라 묘한 공통분모를 느껴면서 정신적인 의미에서 아들처럼 생각하게 된다. 스티븐 역시 육체적 아버지는 사이먼 데덜러스지만 정신적 아버지는 블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에우마이오스의 장에서 보다 자세하게 펼쳐진다. 특히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묘한 재미를 준다. 앞선 장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두 사람이 상징하는 학문, 이미지, 사고관이 모두 대립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끌릴 수 밖에 없..
율리시스는 각 챕터마다 여러 가지 속성을 부여하여 성격을 달리 하였고 때문에 율리시스의 장르적 특성을 이야기 할 때에는 각 챕터별로 구분지어 이야기하는 편이 쉽다. 매 챕터마다 상징성에 확실한 경계를 그었을 뿐 아니라 문체나 연출 역시 차이를 두면서 이질적이면서도 하나의 전체적인 그림으로 바라볼 때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각각의 챕터의 독립성을 높여 하나의 단편으로써의 완성도도 높지만 그 챕터가 추구하는 기법의 형식에 있어서도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챕터마다 유기적으로 맞물려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게 만들었기 때문에 각기 따로 또는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었다. 키르케의 장은 그런 점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가장 유기적인 장이다. 작품의 성격이나 형식에 있어서 가장 ..
아일랜드의 역사를 압축한 조이스는 영어가 걸어온 역사까지 담아낸다. 수많은 분야에서 탁월한 식견을 보여왔고 만물박사 같은 다재 다능함을 작품 속에서 보여왔던 제임스 조이스지만 역시 조이스의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던 분야가 언어였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번 장이야 말로 조이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을 거슬러 고어의 형태로 서술되는 이번 장은 영어가 어떤 식으로 변해왔는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번역서에서는 사실상 번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말의 특징적인 어투를 통해 고어에서 현대어에 이르기까지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물론 영어를 통해 전해지는 경험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단 넘어가자. 조이스의 언어적 천재성을 경험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여전히 율리시스의 이야기..
아마 율리시스를 전세게적으로 유명하게 만드는데 일등 공신을 한 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나우시카’의 장이 아닐까? 아시다시피 율리시스는 외설시비에 휘말리며 법정까지 출두한 작품이다. 물론 결국 울지판사의 명판결로 해금 조치 되었지만 그 과정은 그 어떤 작품보다 드라마틱했고 때문에 율리시스는 작품 외적으로도 엄청난 유명세를 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같은 유명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분명 나우시카의 장이기 때문이다. 율리시스의 이야기가 외설시비에 휘말릴 정도로 사회적으로 문제시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객관적으로 비교할 때 현시대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율리시스의 에로틱한 속성은 꽤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물론 현재는 외설이라는 경계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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