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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역사를 압축한 조이스는 영어가 걸어온 역사까지 담아낸다. 수많은 분야에서 탁월한 식견을 보여왔고 만물박사 같은 다재 다능함을 작품 속에서 보여왔던 제임스 조이스지만 역시 조이스의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던 분야가 언어였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번 장이야 말로 조이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을 거슬러 고어의 형태로 서술되는 이번 장은 영어가 어떤 식으로 변해왔는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번역서에서는 사실상 번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말의 특징적인 어투를 통해 고어에서 현대어에 이르기까지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물론 영어를 통해 전해지는 경험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단 넘어가자. 조이스의 언어적 천재성을 경험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여전히 율리시스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니까) 언어 역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언어의 변천 과정 역시 인류의 그것과 다름 없다는 사실을 통해 또 다시 독특한 체험의 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하였다.(단 이번에는 독자들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다.) 고어로 시작해서 현대 영어와 흑인들의 슬랭어까지 자연스럽게 변해가면서 언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끌어내었던 것이다.
블룸은 태양신의 황소들의 장에서 드디어 스티븐과 만나게 된다. 앞서 블룸은 디그넘의 장례식장을 가면서 스티븐의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고 도서관에서는 스티븐의 열띤 학문적 토론의 홍수 속에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오딧세우스 장군과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만남을 그토록 기다리던 독자들의 바램을 드디어 실현시킨 것이다. 특히 고어로 서술되는 부분은 마치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야와 같은 서사적인 느낌까지 살려내며 스티븐과 블룸의 만남을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하면서도 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두 사람의 만남을 기대해 왔던 독자들은 이후 두 사람이 함께 펼쳐갈 오딧세이야를 기대하게 되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번 챕터 ‘하데스의 장’과 대비되는 챕터이기도 하다. 하데스의 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죽음의 이미지였다면 태양신의 황소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생명이다. 죽음의 관문을 지나 새로운 날들에 대한 긍정적 희망을 보여주었던 제임스 조이스는 이번 장을 통해 미래의 생명을 씨앗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2장에서 스티븐이 사잔트라는 학생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일치시켜 다음 세대의 희망을 보여주었다면 율리시스 전체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기를 통해 상징화시킨 것이다.
태양신의 황소들의 장은 가장 낯선 경험이다.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느낌은 좀처럼 작품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상으로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올 수 도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익숙해진다면 그 어떤 장보다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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