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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다시는 나오기 힘든 작가, 그리고 다시는 나오기 힘든 소설을 꼽으라고 한다면 작가 중에서는 ‘버지니아 울프’가 포함 되어 있을 것이며(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와 ‘파도’, ‘막간’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보여준 세계는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아니 남자였다면 표현할 수 없었던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폭넓은 수용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한계를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바꾸어 버리며 현재까지도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그녀가 생전에 발표한 소설, 그 중 장편 소설의 경우에는 그녀의 문학적 필모그래피를 따라 일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개별적 감상도 좋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소설 모음”으로 읽을 때 더욱 감동의 깊이나 여운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에세이나 문학평론을 통해서 그녀의 외적인 환경이나 생각들을 엿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버지니아 울프의 진가는 장편 소설에서 나타나죠. 때문에 부족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 소설들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밤과 낮은 아직 못 본 관계로 생략하였습니다. 차후 구입하게 되면 감상 후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출항

그녀의 처녀작 ‘출항’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세계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작품입니다. 고전적인 소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그녀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는 제인 오스틴의 영향력이 느껴지기도 하며, 전통적인 소설의 흐름에 반(反)하지 않고 어느 정도 타협을 보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여성의 사회적 한계로 인한 울프의 외침은 여러 명의 여성인물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으나 아직은 ‘사랑’에 대한 주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죠. 나름 전통적 소설에 반(反)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울프의 작품 스타일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울프의 첫 번째 작품에 의미를 두고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 [참고]출항 by 버지니아 울프



제이콥의 방

본격적으로 울프의 작품 스타일이 돋보이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울프의 실험적 성격이나 문장의 유려함, 전통적인 소설에 반(反)하는 형식과 그녀의 평생에 걸쳐 강조한 여성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 등 이후 울프의 작품 세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이 곳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다만 약간은 과도기적인 성격을 지닌 작품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불안정합니다. 때문에 지루한 감이 있고, 산만한 느낌입니다. 마치 울프의 단편 소설에서 보여지는 습작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제이콥의 방이라는 작품은 울프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제이콥의 방 by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만일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중 단 하나를 읽어야 한다면 전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울프만의 스타일이 확립되어 있으며, 그녀의 문장의 유려함, 실험성은 물론이고 그녀의 작품이 지닌 단점과 장점들이 모두 드러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전작에 비해 월등히 나아진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의식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며 제한된 경험과 소재, 공간을 뛰어넘어 무한한 내면의 세계로 안내하며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작품입니다.

◆ [참고]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을 울프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등대로’는 ‘울프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가하고싶습니다. 지극히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등장 인물을 통해 문학이라는 형태의 통합적인 모습을 통해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울프의 자전적 이야기와 예술적인 성취, 그녀가 평생에 걸쳐서 외쳤던 주제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식의 흐름을 한층 더 발전시켜 자유자재로 구사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소설의 형식을 무너뜨리고 전혀 새로운 형태로 구성하여 울프만의 작품을 완성해 내었죠. 개인적으로도 릴리가 마지막 획을 그으며 완성한 그림을 통해 예술적 완성과 작품의 완성을 일치시키는 장면은 최고의 전율을 선사하는 명장면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 [참고]등대로 by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때로는 쉬어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올랜도라는 인물의 전기(傳記)이자 동시에 또 하나의 전기(傳奇)라고 할 수 있는 올랜도는 울프식 환상소설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과장된 묘사를 통해 언어적 감성을 최고로 만들어내는 울프의 문장력과 함께 자전적 일대기를 다루면서 기이한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무미건조한 울프식 이야기 스타일에 더해진 환상적인 소설입니다.

◆ [참고]올랜도 by 버지니아 울프



파도

‘파도’는 울프가 추구하는 문학 세계의 또 하나의 정점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내적 독백만으로 구성한 독특한 스타일과 산문과 소설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울프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살려내면서도 그녀가 추구하는 전통적 소설의 형식에 반(反)하는 그녀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울프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유려한 문장과 울프식 실험성이 지닌 매력이 돋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댈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 이후에 감상하기를 권하는 작품입니다.

◆ [참고]파도 by 버지니아 울프



세월

울프의 문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세월’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서정성 넘치는 문장, 별다른 사건 하나 없이 세월에 따라 흐르는 삶의 모습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내용들은 울프의 작품이 지닌 매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의 작품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대로나 파도의 난해함으로 인해 다소 지친다면 ‘세월’을 읽으면서 한템포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참고]세월(The Years) by 버지니아 울프



막간

막간은 울프의 작품 세계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플롯이 왜 중요해?”라고 작품 속에서 직설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기존의 소설이라는 형식이 지니고 있는 것들은 물론이고 시나 희곡 등 장르적 경계선을 걷어버린 울프의 실험성이 가장 극대화 되어 있습니다. 다양하게 펼쳐지는 실험성과 함께 태고의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을 현재의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액자 속으로 혼재시키며 울프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난해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소설이라는 형식을 초월한 문학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울프의 작품 세계의 마침표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 [참고]막간 by 버지니아 울프



사실 버지니아 울프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그다지 높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이 지닌 매력, 감동, 신선함 등 다양한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보다는 그녀의 이름이 더욱 유명한 상황이 너무나 아쉽더군요. 물론 저 역시 울프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울프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고 평생에 걸쳐 읽어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독서의 즐거움을 남겨 놓았기 때문에 더욱 추천하고 싶은 작가입니다. 아직은 이해가 부족할지 모르지만 다시 한번 읽었을 때 한 발짝 더 울프의 작품 세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울프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는 바라는 마음에도 간략하게 정리하였습니다만 실제로 울프의 작품의 매력을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저 역시 그것이 무언지 확인하기 위해서 울프를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