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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제이콥의 방

sungjin 2012. 4. 29. 12:12

 

 

알다시피 ‘제이콥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의 문학적인 세계를 독창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단편을 통한 습작을 거쳐 장편 소설에서 구체화시킨 작품이다.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울프의 문학적 실험과 이후의 작품 세계에서 정착되는 작가의 서술 기법 등에 대해서 접근하곤 한다. 또한 울프가 영향을 받았던 모더니즘 작가들에 대한 분석과 함께 울프의 작품 속에서 드러난 모습들을 통해 다양한 외적 정보들을 덧씌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전제를 깔고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제이콥의 방’은 어렵게 감상하게 된다. 특히 이후 발표 된 ‘댈러웨이 부인’과는 달리 작가의 실험적 스타일이 제대로 완성된 형태를 이루지 못한 과정에서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여 전체적인 작품의 구조가 불안하다.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이 대한 감상도 상당히 벅찬 상황에서 위와 같은 외부의 정보들과의 연결고리를 이루고 다양한 유기적 관계를 통해 감상하게 되면 일반적인 독자라면 오히려 작품에 대한 거리감만 키우게 될 뿐이다.

조금은 쉽게 생각하면 어떨까? 울프의 작품이 가진 매력은 울프 특유의 서술기법이 자아내는 이미지도 있지만 이후 발표된 댈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 파도 등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녀의 필모그래피 정도만 인식하고서도 작품에 대한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 보다 다양한 해설이나 문헌들을 통해 ‘제이콥의 방’을 이해하고 다시 한번 감상해도 되니 처음에 이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보다 외적 정보들을 줄이고 순수한 작품의 내용만으로도 감상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제이콥의 방을 읽으면서 자기만의 감상을 즐긴다면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도대체 왜 엘리엇이나 브론테의 이름을 새길 자리는 남겨두지 않은 거지?
- 제이콥의 방 본문 中에서-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소설에서는 여성이란 존재는 남성의 삶 속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반면 역사 속에서 여성의 존재는 흔적 조차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울프는 세번째 장편 소설 ‘제이콥의 방’에서 여성의 흔적들을 곳곳에 삽입하였다. 작품 전편에 걸쳐 다양한 유형의 여성들을 제이콥의 삶 속에서 등장시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이콥이라는 주인공에 대한 인식을 형상화하고 제이콥의 방이라는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비율이나 비중을 놓고 봐도 여성 쪽으로 편중 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버지니아 울프가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제이콥의 방’은 전반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희미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정한 사건들이 존재하지 않고 제이콥의 성장과정 속에서 일상적인 내용들과 주변 인물들의 삶의 삽화들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이콥의 삶의 여정을 통해 미약하게 이어지고 있는 연결 고리들을 하나씩 끌어와서 서술해 나간다. 일반적인 소설이 특정한 주인공에게 집중시켜 전체적인 중심을 잡고 이야기의 고조를 넣어 흥미진진한 사건을 통해 작품 속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이 작품은 철저하게 제이콥의 존재 흩트려 놓고 존재감을 희석시킨다. 오직 ‘제이콥’이라는 인물의 역할은 그의 삶 속에서 단편적으로 삽입되어 있거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의 단면 속에서 제이콥이라는 존재를 간접적으로 그러내도록 하는 것이다. 제이콥이라는 인물을 탐구하기 위해 전기를 쓴다고 가정 할 때 사람들을 제이콥의 흔적을 찾기보다는 제이콥의 일생 동안 그와 연결 연결되어 있는 여성들의 흔적을 통해서 가능하도록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울프는 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보다 훌륭한 일상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역사가 기록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었다. 이제까지 남성들이 써온 소설의 형식은 여성작가들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고 여성만이 가진 장점을 통해 남성작가들은 좀처럼 완성할 수 없는 형태의 소설을 쓰고 싶어하였다. 그런 점에서 ‘제이콥의 방’은 작가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작품이다. 제이콥의 일상적인 삶의 여정, 제이콥의 삶을 구성하는 여성들의 단편들, 기존의 전통적 소설의 틀을 벗어난 실험적인 서술 등 이 작품은 아직은 미약하고 불완전하지만 이후 울프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삶과 에세이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모습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이콥의 방’이라는 작품은 위와 같은 몇 가지 키워드만으로 간단히 해석되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작품을 해석하기 보다는 즐기는데 우선적인 목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때로는 작품에 대한 소화가 100%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이런 식으로 즐기는 것 또한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즐거움을 통해 ‘제이콥의 방’은 마냥 어렵고 재미없는 작품에서 조금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