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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AKAHASHI Rumiko/SHOGAKIKAN/학산문화사
(C)BAKU YUMEMAKURA/REIKO OKANO/HAKUSENSHA/서울문화사
(C)Ichiko Ima/ASAHI SONORAMA/시공사
공포만화는 그 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공포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엔 만화라는 장르의 수단은 무척이나 제한되고 절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만화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시각적인 의존에 의해서 청각적인 요소까지 만들어 내어야 한다. 또한 시각적인 요소 역시 흑백의 이미지로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예로 피를 생각해보면, 실제 영화에서 주는 새빨간 붉은 피,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빨간 색의 피, 그리고 만화에서 보는 까만색 피 중 어느 쪽이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지는 뻔하다. 그 뿐인가. 조금만 연출이 미숙해도 개그물이 되어버리기도 하며, 자칫하면 밋밋하게 흘러가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역량이 필요한 장르가 바로 이 공포만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타장르보다 적은 작품 수에 비해서 많은 작품들이 주목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이 공포만화에는 어떤 종류의 이야기들이, 어떤 소재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조금씩 살펴보도록 하자.
공포, 흔히 떠올리는 공포의 대명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가 바로 "귀신과 유령"이다.
몸서리 칠만한 전율이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소재를 사용한 작품들도 엄연히 "호러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 그보다 가장 일반적인 호러의 대표적인 부문이 아닐까. 기계화와 산업화, 과학화와 현실적인 지적능력의 상승으로 인간을 두렵게하는 것은 이제 영적인 존재들이 아닌 세계의 종말이다. 물론 이 종말이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신이 지금까지 가져온 상식의 파괴나, 기계화로 인한 인간의 물질화, 이계의 생명체에 의한 말 그대로의 종말 등, 상상할 수 있는 소재들은 무한히 많지만 얘기하기 쉽도록 '세계의 종말'이라고 해두자. 이런 세기말이나 비상식적인 세계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 때문인지 우리는 어느새 이 귀신들도 공포의 대명사라는 사실을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귀신과 유령이라는 소재 또한 사용하기에 따라 굉장히 무거운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가볍고 유쾌한 느낌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간혹 이건 '호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게 아닌가-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좀 더 쉬운 구분을 위해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앞서 얘기한 귀신과 유령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것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우선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타카하시 루미코의 "이누야샤" 같은 환타지 호러 계열은 물론이고 후지타 카즈히로의 "우시오와 토라", 시이나 타카시의 "고스트 스위퍼", 마쿠라 쇼우, 오카노 타케시의 "지옥선생 누베" 같은 퇴마물도 이러한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작품들은 호러라는 장르가 가지는 12세 이상의 표현 수위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굉장히 폭넓은 연령층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미즈키 시게루나 우메즈 카즈오(주1)의 작품처럼 유령을 통해 지극히 고전적인 작품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위의 작품 못지 않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히라노 코우타의 헬싱처럼 흡혈귀라는 단골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아키노 마츠리의 펫숍 오브 호러즈처럼 조금은 이색적인 소재와 독특한 신비로운 분위기로 다가오는 작품들, 때로는 이토 준지(이분은 우메즈 카즈오 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하였다.)의 단편 콜렉션같이 한 여름 여행가서 밤중에 친구들과 불끄고 이야기하면 딱일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도 있다. 계속 언급하자면 끝도 없이 수많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주목하며 읽었던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인어의 숲/인어의 상처
이 작품의 원작자는 놀랍게도 우루세이 아츠라와 란마1/2 등 좌충우돌 엉망진창의 돌발적인 개그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타카하시 루미코"다. 언제나 독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보이던 그녀가 들려주는 인어 연작 시리즈는 오키나와에 서식하고 있다는 일본의 인어 전설을 기초로 구상된 작품으로 우리가 평소 가지고 있는 인어에 대한 아름다운 이미지를 철저하게 파괴시키고 있다. 그리고 섬뜩한 설정을 바탕으로 잔혹한 드라마를 그려내며 지극히 공포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걸작이다.
인어의 고기를 먹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거나 괴물이 된다. 그런데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몸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인어들은 인어의 고기를 먹고 불로불사가 된 사람의 고기를 먹어야만 다시 젊음을 찾을 수 있다는 먹고 먹히는 관계가 이 작품의 독특한 설정이다.
가뜩이나 공포감을 조장하기 힘든 만화라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거기다 어지간한 표현으로는 분위기를 끌어내기 힘든 전형적인 만화체 스타일의 그림임에도 상당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단순한 공포감 조성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괴로움과 슬픔, 그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 등 주젝 의식도 확실하여 보는 독자들로 하여금 무언가 생각하게 해 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음양사
스토리작가인 유메마쿠라 바쿠와 작화를 담당한 오카노 레이코(만화의 신 또는 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테즈카 오사무의 며느리라고 한다.)의 음양사는 국내의 독자들이 읽기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이고 천황,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등 외우기 힘든 이름들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갖가지 설화가 작품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독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만도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작품은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 폭의 일본화 같은 유려한 그림체는 물론이고 세이메이와 주변의 귀신들이 풍기는(보여준다는 뜻이 아니다. 풍기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고풍스러운 풍류는 보는 독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켜버린다.
간단히 말해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귀신들은 음산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너무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전설의 고향"이 시적으로 새롭게 탈바꿈하여 나타났다고 하면 될까? 귀신이라는 존재의 신비로움과 섬뜩함, 그리고 일본의 전통적인 이미지와 동양적인 유유자적함과 풍류가 함께 섞여 있는 작품이다.
백귀야행초
백귀야행이라는 말은 온갖 귀신이 난무하는 밤이라는 뜻이다. 이 작품에서는 제목 그대로 온갖 귀신들이 설치고 다닌다. 일본의 민담 속, 구전 속에서 전해져오는 수많은 귀신들이 주인공의 리쓰의 생활 속에 등장하며 기괴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물론 백귀야행이란 작품은 이런 귀신들의 등장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 우시오와 토라나 지옥선생 누베 같은 수많은 귀신들이 등장하고 이를 퇴치하는 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이는 화려한 액션물과는 전혀 상관없다.
주인공 리쓰는 영을 볼 수 있는 능력과 영감, 귀신에 대한 지식이 전부인 캐릭터이다. 물론 무적은 아니지만 상당히 강력한 보디가드인 아오아라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 작품의 매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귀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귀신과 귀신 사이에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주위에서 일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될 것만 같이 신비롭게 펼쳐진다.
분명 비현실적인 귀신들의 이야기이고 더구나 이 작품 역시 일본의 수많은 전설이나 민담 등에서 차용한 소재들이기 때문에 국내의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거리감은 더욱더 멀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너무나 친숙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귀신이지만 가까이 鳴×?수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만 존재하던 귀신들을 우리집안으로 초대했다고 하면 될까? 하여튼 그런 느낌이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작품은 "괴담"이 아니라 인간미가 가득한 "인간과 귀신의 이야기"이다.
방금 소개한 작품들은 우연인지는 몰라도 모두 일본의 고유한 전설에 기초한 작품이다. 이런 류의 작품을 몇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3X3EYES로 유명한 타카다 유조의 겐조 인형괴담이 있다. 겐조 인형괴담은 일본의 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3X3EYES 작가다운 특유의 촉수 디자인과 액션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또 하츠 아키코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같은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도 있다.
인어 시리즈 같이 섬뜩함을 강조하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정도의 오싹오싹한 이야기도 좋다. 하지만 때로는 음양사나 백귀야행 같이 귀신을 더 이상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닌 친숙한 존재로 비추며 귀신과 인간이 함께 하는 인간미가 가득한 조금은 낭만적인 이야기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1) 우메즈 카즈오 - 일본의 대표적인 공포만화가로 1955년 "숲의 형제"라는 작품으로 데뷔 후, "표류교실", "나는 신고"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호러만화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음. 그의 이름을 통한 "우메즈 카즈오상"까지 있으며 록밴드의 멤버로도 활동한 괴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통한 공포보다는 일본 내의 전설이나 민담은 물론 세계 각지의 전설과 민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그리는 작가로 특히 세계 각지의 전설을 수집하는데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역시 수십년 동안 세대를 거치며 사랑 받으며 수 차례에 걸쳐서 새롭게 제작되며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게게게의 귀태랑"이 있다.
2003.7.13
(C)BAKU YUMEMAKURA/REIKO OKANO/HAKUSENSHA/서울문화사
(C)Ichiko Ima/ASAHI SONORAMA/시공사
공포만화는 그 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공포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엔 만화라는 장르의 수단은 무척이나 제한되고 절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만화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시각적인 의존에 의해서 청각적인 요소까지 만들어 내어야 한다. 또한 시각적인 요소 역시 흑백의 이미지로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예로 피를 생각해보면, 실제 영화에서 주는 새빨간 붉은 피,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빨간 색의 피, 그리고 만화에서 보는 까만색 피 중 어느 쪽이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지는 뻔하다. 그 뿐인가. 조금만 연출이 미숙해도 개그물이 되어버리기도 하며, 자칫하면 밋밋하게 흘러가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역량이 필요한 장르가 바로 이 공포만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타장르보다 적은 작품 수에 비해서 많은 작품들이 주목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이 공포만화에는 어떤 종류의 이야기들이, 어떤 소재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조금씩 살펴보도록 하자.
공포, 흔히 떠올리는 공포의 대명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가 바로 "귀신과 유령"이다.
몸서리 칠만한 전율이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소재를 사용한 작품들도 엄연히 "호러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 그보다 가장 일반적인 호러의 대표적인 부문이 아닐까. 기계화와 산업화, 과학화와 현실적인 지적능력의 상승으로 인간을 두렵게하는 것은 이제 영적인 존재들이 아닌 세계의 종말이다. 물론 이 종말이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신이 지금까지 가져온 상식의 파괴나, 기계화로 인한 인간의 물질화, 이계의 생명체에 의한 말 그대로의 종말 등, 상상할 수 있는 소재들은 무한히 많지만 얘기하기 쉽도록 '세계의 종말'이라고 해두자. 이런 세기말이나 비상식적인 세계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 때문인지 우리는 어느새 이 귀신들도 공포의 대명사라는 사실을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귀신과 유령이라는 소재 또한 사용하기에 따라 굉장히 무거운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가볍고 유쾌한 느낌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간혹 이건 '호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게 아닌가-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좀 더 쉬운 구분을 위해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앞서 얘기한 귀신과 유령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것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우선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타카하시 루미코의 "이누야샤" 같은 환타지 호러 계열은 물론이고 후지타 카즈히로의 "우시오와 토라", 시이나 타카시의 "고스트 스위퍼", 마쿠라 쇼우, 오카노 타케시의 "지옥선생 누베" 같은 퇴마물도 이러한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작품들은 호러라는 장르가 가지는 12세 이상의 표현 수위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굉장히 폭넓은 연령층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미즈키 시게루나 우메즈 카즈오(주1)의 작품처럼 유령을 통해 지극히 고전적인 작품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위의 작품 못지 않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히라노 코우타의 헬싱처럼 흡혈귀라는 단골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아키노 마츠리의 펫숍 오브 호러즈처럼 조금은 이색적인 소재와 독특한 신비로운 분위기로 다가오는 작품들, 때로는 이토 준지(이분은 우메즈 카즈오 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하였다.)의 단편 콜렉션같이 한 여름 여행가서 밤중에 친구들과 불끄고 이야기하면 딱일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도 있다. 계속 언급하자면 끝도 없이 수많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주목하며 읽었던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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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원작자는 놀랍게도 우루세이 아츠라와 란마1/2 등 좌충우돌 엉망진창의 돌발적인 개그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타카하시 루미코"다. 언제나 독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보이던 그녀가 들려주는 인어 연작 시리즈는 오키나와에 서식하고 있다는 일본의 인어 전설을 기초로 구상된 작품으로 우리가 평소 가지고 있는 인어에 대한 아름다운 이미지를 철저하게 파괴시키고 있다. 그리고 섬뜩한 설정을 바탕으로 잔혹한 드라마를 그려내며 지극히 공포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걸작이다.
인어의 고기를 먹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거나 괴물이 된다. 그런데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몸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인어들은 인어의 고기를 먹고 불로불사가 된 사람의 고기를 먹어야만 다시 젊음을 찾을 수 있다는 먹고 먹히는 관계가 이 작품의 독특한 설정이다.
가뜩이나 공포감을 조장하기 힘든 만화라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거기다 어지간한 표현으로는 분위기를 끌어내기 힘든 전형적인 만화체 스타일의 그림임에도 상당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단순한 공포감 조성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괴로움과 슬픔, 그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 등 주젝 의식도 확실하여 보는 독자들로 하여금 무언가 생각하게 해 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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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작가인 유메마쿠라 바쿠와 작화를 담당한 오카노 레이코(만화의 신 또는 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테즈카 오사무의 며느리라고 한다.)의 음양사는 국내의 독자들이 읽기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이고 천황,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등 외우기 힘든 이름들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갖가지 설화가 작품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독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만도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작품은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 폭의 일본화 같은 유려한 그림체는 물론이고 세이메이와 주변의 귀신들이 풍기는(보여준다는 뜻이 아니다. 풍기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고풍스러운 풍류는 보는 독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켜버린다.
간단히 말해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귀신들은 음산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너무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전설의 고향"이 시적으로 새롭게 탈바꿈하여 나타났다고 하면 될까? 귀신이라는 존재의 신비로움과 섬뜩함, 그리고 일본의 전통적인 이미지와 동양적인 유유자적함과 풍류가 함께 섞여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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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이라는 말은 온갖 귀신이 난무하는 밤이라는 뜻이다. 이 작품에서는 제목 그대로 온갖 귀신들이 설치고 다닌다. 일본의 민담 속, 구전 속에서 전해져오는 수많은 귀신들이 주인공의 리쓰의 생활 속에 등장하며 기괴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물론 백귀야행이란 작품은 이런 귀신들의 등장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 우시오와 토라나 지옥선생 누베 같은 수많은 귀신들이 등장하고 이를 퇴치하는 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이는 화려한 액션물과는 전혀 상관없다.
주인공 리쓰는 영을 볼 수 있는 능력과 영감, 귀신에 대한 지식이 전부인 캐릭터이다. 물론 무적은 아니지만 상당히 강력한 보디가드인 아오아라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 작품의 매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귀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귀신과 귀신 사이에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주위에서 일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될 것만 같이 신비롭게 펼쳐진다.
분명 비현실적인 귀신들의 이야기이고 더구나 이 작품 역시 일본의 수많은 전설이나 민담 등에서 차용한 소재들이기 때문에 국내의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거리감은 더욱더 멀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너무나 친숙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귀신이지만 가까이 鳴×?수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만 존재하던 귀신들을 우리집안으로 초대했다고 하면 될까? 하여튼 그런 느낌이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작품은 "괴담"이 아니라 인간미가 가득한 "인간과 귀신의 이야기"이다.
방금 소개한 작품들은 우연인지는 몰라도 모두 일본의 고유한 전설에 기초한 작품이다. 이런 류의 작품을 몇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3X3EYES로 유명한 타카다 유조의 겐조 인형괴담이 있다. 겐조 인형괴담은 일본의 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3X3EYES 작가다운 특유의 촉수 디자인과 액션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또 하츠 아키코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같은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도 있다.
인어 시리즈 같이 섬뜩함을 강조하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정도의 오싹오싹한 이야기도 좋다. 하지만 때로는 음양사나 백귀야행 같이 귀신을 더 이상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닌 친숙한 존재로 비추며 귀신과 인간이 함께 하는 인간미가 가득한 조금은 낭만적인 이야기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1) 우메즈 카즈오 - 일본의 대표적인 공포만화가로 1955년 "숲의 형제"라는 작품으로 데뷔 후, "표류교실", "나는 신고"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호러만화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음. 그의 이름을 통한 "우메즈 카즈오상"까지 있으며 록밴드의 멤버로도 활동한 괴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통한 공포보다는 일본 내의 전설이나 민담은 물론 세계 각지의 전설과 민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그리는 작가로 특히 세계 각지의 전설을 수집하는데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역시 수십년 동안 세대를 거치며 사랑 받으며 수 차례에 걸쳐서 새롭게 제작되며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게게게의 귀태랑"이 있다.
200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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