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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고우영 십팔사략

sungjin 2007. 9. 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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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애니북스

고우영의 작품은 빽빽하다. 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연재하면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했고, 한 컷이라도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연재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최대한 지면을 활용하고 싶어했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우영의 작품을 읽으면 다른 작품들 보다 풍부하고 밀도 높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우영의 십팔사략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방대한 역사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큰 줄기를 따라 디테일하기 보다는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인물들 위주로 진행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그가 그려왔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페이지의 밀도를 낮추어 버린다. 페이지당 컷 수도 대폭 줄였을 뿐만 아니라 페이지당 담겨 있는 정보 자체가 신문연재를 통해 발표하였던 작품들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중국의 역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재미라는 요소를 잃지 않았다. 이제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특유의 작품 스타일을 고스란히 살려내면서 흘러가는 강물처럼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기획용 단행본으로 제작 된 작품임에도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아니 어쩌면 매일같이 마감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나의 큰 물줄기를 따라가듯 부담없이 펼쳐진다. 방대한 중국 역사의 다이제스트판에 가까운 구성이지만 잦은 서술 속에서도 탁월하게 작가 특유의 현대식 끌어들이기를 통한 연출이나 해학이 살아 있어 보는 내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활기가 넘친다.

무엇보다 방대한 자료와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자세에 감탄하게 된다. 물론 이제까지 그가 발표하였던 작품들을 보면서도 해박한 지식과 자료 조사에 대한 자세가 돋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품에서 그러한 모습은 더욱 더 두드러지고 있다. 단순히 책상앞에서 문헌을 통해 조사한 것이 아니라 실제 중국 현지를 여행하면서 눈으로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내면서 보다 거리감을 줄이고 가까이 다가온다. 무엇보다 재미라는 바탕을 깔고 있는 고우영의 작품은 십팔사략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하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조금은 비켜나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작품을 집필하게 된 출발점부터 이제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작품들과는 다른 선상에 있었고 그것은 작품을 읽으면서도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작가 특유의 연출 속에서 재미가 살아 있다. 해학과 입담 속에서도 뼈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순히 중국의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다이제스트가 아니라 그것을 흥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고우영만의 매력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