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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서플리

sungjin 2007. 9. 2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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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ri Okazaki/祥傳社/대원 씨아이

직장 여성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는 오카자키 마리의 서플리는 레이디스 계열의 만화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층 더 디테일하고 깊게 파고들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작품이다.

성인 여성을 메인 독자층으로 하고 있는 레이디스 계열의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직장 여성들이 일과 사랑 속에서 흔들리는 모습, 자신의 위치에 대해, 그리고 여성이라는 입장과 동시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추구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풀어가며 공감대를 형성시켜주는 작품들이 많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직장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단면들은 상당부분 공통적인 분모를 가지고 있으며 작가들은 이 같은 요소들을 통한 공감대를 주요 컨셉으로 잡고 성인 여성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서플리’ 역시 이 같은 컨셉에서 출발하고 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레이디스 만화와 별다른 차별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카자키 마리는 레이디스 만화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소재를 통해 여성 작가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면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일과 사랑 사이에서 남자들과 다름없이 척척해내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은,그러면서도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주인공의 모습은 만화 속에서 그려지는 이상향보다는 일상적인 삶의 바탕 위에 위치하고 있다. 학창시절 열광하던 아이돌 스타의 나이를 넘어선 직장 여성이 일과 사랑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과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려내며 진솔하면서도 섬세하게 연출해내고 있다. 여성이기에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주인공의 행동 하나, 대사 하나에서 풍부한 감성을 담아낸다.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목표, 가지고 싶은 욕망, 잡고 싶지만 놓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 속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모습 등 일상적인 부분의 지나치기 쉬운 곳도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깊이 있게 파고 들며 감성을 자극한다. 주인공과 전혀 다른 입장에 있는 독자들 역시 작가의 시선과 일치하게 되고 작품 속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리쉬한 표지에 책을 집어든다. 책장을 넘기면서 보여지는 감각적인 화면 구성과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면서 작품의 이야기를 읽어간다. 그리고 직장 여성으로 일과 사랑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의 조각들이 하나씩 하나씩 마음에 와닿기 시작한다. 디테일하면서도 풍부한 감정들이 담긴 감정의 조각들은 어느 새 가슴 속에서 잔잔하지만 깊숙히 자리잡고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겹치지 않더라도 같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연출을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