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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지만 심플하지 않은…
오노 나츠메의 낫 심플은 작품의 타이틀 그대로 간단하게 보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작품이다. 세밀하게 묘사되는 데생 대신 단순화되어 있는 펜선을 따라 그려진 캐릭터, 배경 등 작품의 시각적인 부분과 운이 없는 남자의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 구조는 읽어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쉬운 편이다.
하지만 보다 세세하게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단순화되고 치밀하지 않은 듯한 화면 속에 담겨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미묘하게 연출되고 있는 감정을 나타내기 위한 캐릭터들의 모습들, 특히 흔히 접하는 일본 만화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그림체는 얼핏 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것과는 다른 디테일함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이안이라는 남자가 살아오면서 겪게 된 삶의 흔적들을 마지막 시간으로부터 역행하며 하나하나 살펴보는 이야기 속에서 평면적이면서 전형성을 가지고 있는 등장 인물들의 연결 고리를 통해 만들어 가는 인연의 끈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단순하게 구성된 이야기들이 하나씩 맞물려가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할 때에는 몇 개의 퍼즐 조각들이 완성되어 하나의 단순한 그림을 나타내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철저하게 비극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사회적으로 문제시 될 수 있는 소재,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주제와 테마임에도 놀라울 정도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을 처음에 배치시켜 결말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 하나 더듬어가는 이안의 삶의 궤적은 주인공의 마지막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종결을 맺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보다 깊게, 보다 강하게… 순간의 감정의 변화보다는 작품의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비극이라는 이미지로 통과시켜 버린다. 보는 이들이 깊게 공감하고 강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작가가 그려내는 이야기에는 순간의 큰 흔들림은 없지만 조용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강하게, 그리고 깊게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충격적이고 비극적으로 작품은 흐르지만 작가는 그것은 담담하게 넘기면서 정화시켜 나가고 있다. 부모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로 이어지는 가족간의 유대 속에서 여인과의 사랑,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엮어지는 불행한 인연의 연결 고리는 단순히 슬프고 눈물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시선을 거치면서 한발 물러선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는 내용에 대한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처음 책의 표지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 첫장을 넘기면서 눈에 띄는 독특한 스타일은 어느 사이엔가 이야기 중심으로 시선을 이동하게 된다. 단순하게 읽어나가던 작품은 어느 새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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