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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100%는 여러가지 면에서 비판 받을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동시에 비판받을 만한 요소들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분명 부정적인 이야기가 먼저 나올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작품 초반에 보여주었던 복선들은 결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변색되어 버리고 만다.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 처음 의도하였던 방향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키지 못하고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재잡지의 메인 독자층 및 특정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의 남발은 처음 작품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그림만 예쁜 만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였다.
새학기-여름방학-영화 촬영 합숙(가장 중요한 메인 이벤트)-개학-축제-겨울방학-크리스마스-발렌타인데이-새학기로 순환되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아르바이트와 축제 등등의 각종 이벤트는 일정한 순환 철도를 타듯 흘러간다. 중간중간 양념으로 이벤트들이 추가로 첨가되며, 후반으로 갈수록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 시켜 식상함을 덜어주고는 있으나 그것 역시 예상 된 수순이였다. 당연스럽게 설정 된 이벤트의 반복 속에서 매번 빠지지 않고 같은 연출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넘어질 때마다 가슴으로 손이 간다. 바람이 불면 스커트가 올라가면서 팬티가 보이게 된다. 그런데 그 때마다 꼭 딸기 팬티다. 우유부단한 주인공은 언제나 갈팡질팡하며 답답한 모습을 보여준다. 적어도 연애관계를 그려나가는데 있어서는 주인공 이상으로 작가 역시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였다. 청순함, 귀여움, 섹시함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녀들의 컨셉 역시 공식화 되어 있고, 설정에 어긋남 없이 행동하고 있다.
초반부에서 보여주었던 스토리의 중심은 어느 덧 희미해지고 이벤트성 위주로 별 진전 없이 흘러간다. 치밀하게 완성 된 각본이라기 보다는 순간순간 끼워 맞추고 그에 합당한 변명 거리를 늘어놓는 듯하다. 이리저리 휘둘리던 주인공의 모습은 권수를 더해갈수록 난잡해 지기만 한다. 좋은 방향으로 충분히 나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함께 작품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분명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에는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음에도 어느 새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그림이 예쁘기 때문에? 그것도 물론 맞는 말이다. 예쁜 펜선으로 만들어진 예쁜 캐릭터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이야기 했던 것처럼 만화는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점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의 매력이 될수 있다.
주인공을 통해 구현되는 망상과 남발되는 독자 서비스 역시 예쁜 펜선을 통해 한층 더 업 그레이드 되었다. 여주인공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의 마음은 관점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가지겠지만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사실이다.(물론 이점은 작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더해주는 결과도 낳게 된다.)
미소녀 중심의 학원 로맨틱 코메디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공식화 된 미소녀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낸다. 우유부단함 남자 주인공의 모습, 오해와 엇갈림 속에서 어긋나는 타이밍과 기막힌 우연의 사건들, 별다른 진전 없이 챗바퀴 돌리듯 돌아가는 순환 구조 안에서 줄다리기 하듯 밀고 당기는 맛은 한결 같은 패턴이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패턴이라는 사실을 증명시켜 주고 있다.
남성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원하는 코드에 맞춘 소녀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여성의 감성이 녹아 있는 소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것도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물론 순정 만화에서 보아오던 서정적인 감수성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분명 딸기 100%에서 묘사되는 소녀들의 마음은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비록 그것이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현실성을 잃어버릴 때도 있고 지나친 서비스의 남발(벗긴다고 무조건 서비스는 아닙니다만…) 속에 가리워 진 채 지나치기 쉬운 것도 있지만 여성작가이기 때문에 남성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있는 감성이 담겨 있다. 이것은 단순히 줄거리를 들었을 때, 그리고 작품을 전체적으로 바라 볼 때에는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순간의 눈동자, 표정, 그리고 미묘하게 흐르는 감정들은 여성작가 특유의 감수성을 통해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곧바로 각 캐릭터에 대한 호감으로 변하게 되고 그녀들의 감정에 따라 함께 호흡하게 된다. 전형적인 설정을 지닌 캐릭터들이지만 공식화 되어 있는 전형성에 빠지지 않았던 이유 역시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통해 풍부함을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기 100%라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딸기 100%라는 작품 보다는 츠카사, 아야, 사츠키 등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더욱 큰 지지를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라는 꿈을 가지고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 역시 호의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딸기 팬티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설정 된 애정 관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이유 등 흔들리는 연애관계 속에서도 결코 잊어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영화에 대한 부분은 작품의 진행과정에서 수없이 흔들리던 작품이지만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일관성 있게 나아가고 있었다.(여름방학 촬영 합숙이나 학교 축제가 캐릭터들에 대한 호감도의 변화나 스토리 진행 상의 강약을 위한 이벤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분명 작품의 초반부터 일관성 있게 중심을 가지고 전개되는 설정을 지탱해 주고 있는 기둥이였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지만 그것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캐릭터적인 재미, 서비스 위주로 흘러가는 이벤트 속에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작품이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 작품이 가지는 매력은 미소녀를 필수로 하는 학원 로맨틱 코메디물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고 있다.(물론 그와 동시에 단점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작가가 이 작품에서 보여준 정형화 된 캐릭터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내는 연출력과 상업적 코드와의 조합을 통해 이벤트성 강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구성력,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림체가 있기 때문에 이정도로 흔들리면서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였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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