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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kazu Katsura/SHEISHA/서울문화사

카츠라 마사카즈가 데뷔 이후 발표하였던 일련의 단편들 및 연재작들을 살펴보면 적어도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SF적 요소가 가미 된 변신 히어로물이 아니였을까? 결과적으로 카츠라 마사카즈의 대표작은 전영소녀와 아이즈로 평가 받게 되었지만 웬지 두 작품이 카츠라 마사카즈의 작품 세계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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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카츠라 마사카즈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윙맨의 성공 이후 발표한 전영소녀는 특유의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촉감을 살려내는 그림체를 통해 미소녀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코드, 80년대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로맨틱 코메디의 요소에다가 카츠라 마사카즈 특유의 SF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상상력을 더해 드래곤볼, 북두의 권 등 사나이들의 뜨거운 향연이 펼쳐지는 주간소년점프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오렌지 로드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인기를 모으게 된다.

다소 발랄한 느낌으로 위트와 유머를 담고 출발하였던 전영소녀는 당시 점프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선에 이를 정도로 아슬아슬한 노출 수위와 함께 작품이 진행 될수록 무겁고 시리어스함을 더해가면서 독자들에게 순정만화에서 묘사되는 그것과는 다른 애절함과 감수성을 통해 당시 주간소년점프의 연재작과는 전혀 다른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카츠라 마사카즈의 작품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유의 만화적 재미와 히어로물의 목적지를 가지고 있는 카츠라 마사카즈는 이후 자신이 추구하던 작품 세계와는 거리를 가지고 있는 미소녀 중심으로 카츠라 마사카즈의 작품이 가지는 매력은 이동하기 시작한다. 물론 새도우 레이디나 DNA2 등 여전히 SF적 요소가 가미된 만화적 상상력은 여전하였으나 작가가 원하던 히어로물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아이즈에 이르러서는 이것마저도 없애버리고 현실적 설정 위에 바탕을 두고 있는 학원물을 연재하면서 카츠라 마사카즈가 추구하던 노선을 탈선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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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카츠라 마사카즈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즈는 1000만부를 돌파하는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로 대표되던 점프의 황금기가 무너진 이후에도 변함없이 고집하는 점프의 우정, 노력, 승리라는 컨셉 속에서 풋풋하게 묘사되는 등장 인물들의 감정 묘사는 점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깔이였다. 물론 점프가 매거진이나 선데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로맨틱 코메디물의 비중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지만 카츠라 마사카즈의 작품은 분명 어떤 잡지에 연재되더라도 충분히 인기를 모을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카츠라 마사카즈의 펜선을 통해 탄생하는 미소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으며 미묘한 감정 변화를 탁월하게 연출해 내는 작가의 연출력은 아름다운 미소녀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단순하고 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과 인물 관계를 가슴 두근거리며 감상하게 만드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아이즈”는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고 카츠라 마사카즈라는 작가의 재능을 증명시켜주는 작품이지만 카츠라 마사카즈가 원하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전영소녀를 통해 최소한의 접점을 가지고 있던 카츠라 마사카즈의 작품 세계가 아이즈에 이르러서 완전 이별을 고하는 느낌이였다. 분명 카츠라 마사카즈는 미소녀를 메인으로 그녀들의 매력을 살려내는 작품을 통해 인기를 얻었으며 작가의 그림체 역시 미소녀들의 매력을 살려내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히어로물이야 말로 작품에 힘이 실린다고 생각하였다. 적어도 아이즈라는 작품은 재미있었지만 카츠라 마사카즈의 힘이 빠진 채 무난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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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작가는 소년점프에서 벗어나 보다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점프에 “제트맨”을 연재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즈를 통해 사라져 버린 카츠라 마사카즈 월드가 부활하게 된다. 과거 단편으로 연재하였던 “단편 만화 제트맨”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히어로물을 들고, 자신의 SF적인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내면서 말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녀들이 등장하지만 미소녀가 먼저 들어오지 않았다. 카츠라 마사카즈의 펜선은 소녀 캐릭터를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제트맨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보다 시리어스하고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살려가며 이제껏 만나볼 수 없었던 히어로물을 완성하였다. 힘이 느껴진다. 윙맨 시절의 소년지 다운 활기참은 없지만 대신 한층 더 성숙 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더 이상 팔리기 위해서 카츠라 월드의 주변을 맴돌지 않았고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흔들리지도 않았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자신의 위치를 찾은 것이 아닐까? 전영소녀부터 무언가 어긋나기 시작해서 아이즈에서 결별을 고했던 카츠라 마사카즈가 제트맨을 통해서 제자리를 찾은 것이 아닐까? 제트맨의 주인공 진은 1권 마지막 장면에서 아줌마랑 재회하고 있다. 어쩌면 카츠라 마사카즈 역시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진정한 작품 세계와 다시 재회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