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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동양적 색채가 가득 담긴 신비롭고 환상적인 세계 속에서 서유기가 보여주었던 매력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새롭게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매체에서 수많은 작품들이 서유기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가 하면 서유기에 나오는 다양한 모티브를 활용해서 전혀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합니다.
고우영의 서유기 역시 중국의 고전 서유기를 작가 특유의 색깔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해학과 익살로 무장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치있게 연출해 내는 작가 특유의 멋들어진 연출은 여전히 변함없는 재미를 주더군요.
하지만 오승은의 서유기를 좋아하는 독자이기에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손오공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손오공은 서유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갖가지 술법으로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었고, 불 같은 성격이긴 하지만 인격적인 불완전함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캐릭터입니다.
동시에 손오공은 원대한 야망을 가진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칠 정도로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세상의 이치에 대해 동양적인 철학에 빚대에 풀어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한번쯤 이런 세상을 뒤엎으면 좋겠다던 서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서 천상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옥황상제의 자리를 원했던 손오공, 달의 차고 기울어짐을 통해 세상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고 누구도 함부로 임에 담을 수 없었던 일들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부숴버리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함을 보여주며 주위를 웃게 만드는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우영의 서유기를 감상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손오공의 대한 것들입니다. 미후왕에 올라서 제천대성이라 칭하고 벌인 하늘나라와의 대첩(?)이 생략된 채 그가 가진 영특함이라든가 원대한 포부, 그리고 철학적 깊이가 빠져버린 채 단지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진 장난끼 가득한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는 점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손오공이라는 캐릭터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아쉽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물론 고유영 특유의 현대적 비꼬기와 풍자적 연출은 서유기라는 작품뿐만이 아니라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손오공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었습니다만 미후왕이자 제천대성 손오공의 모습은 부족하다는 것이였습니다.
동양적 철학이 가득 담긴 원전 특유의 맛이 부족한 점도 원전 서유기를 생각한다면 작품의 무게감이나 깊이에서 모자라지만 고우영의 작품이 가진 미덕이 특유의 현대적 해석과 파격적인 극 전개, 그리고 해학과 풍자를 통해 전해주는 재치 만점의 웃음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손오공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양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만일 서유기를 좋아하는 독자가 아니라 고우영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점에 고우영의 서유기를 감상하고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요? 여기서 언급하는 것 만큼은 아니였겠죠. 아마 그만큼 서유기라는 작품에서 손오공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제게 있어서는 너무나 인상 깊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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