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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임꺽정

sungjin 2007. 9. 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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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고우영/자음과 모음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파격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반면 평면적인 등장 인물들을 묘사하며 서사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아니지만 우리 전통 사회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다듬어진 해학으로 풀어냅니다.

시대적 모순 속에서 세상을 비꼬며 날카로운 비판은 있지만 민중의 저항 의식으로까지 표출시키지는 않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이점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나 고우영의 작품에서 가장 큰 미덕이 특유의 유머러스한 현대적 풍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고우영식 임꺽정으로 훌륭하게 연출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임꺽정이라는 도적이 의적으로 활동하며 사회의 혼란 속에서 쌓여 있는 민중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저항 의식으로까지 완성되어 표출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타의 작품들과 다름없는 주제로 관철된 "사회적 모순 속에서 민중의 저항 의식이 담겨 있는 임꺽정"이 되고 말았겠죠. 어디까지나 고우영 특유의 "해학적 풍자"로 이루어진 고우영만의 임꺽정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적 시각과 비유 속에서 재치 있게 풀어내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농담 한마디 속에서도 뼈 있는 웃음을 담아내고, 작품 속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대놓고 비틀어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인공 임꺽정이라는 캐릭터의 외모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우직함과 호탕함은 고우영식 익살 재치 넘치는 익살 속에서도 중량감을 가지고 작품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후 발표된 삼국지나 일지매 등 고우영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에 비한다면 다소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통한 조롱 속에서 과거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는 주제 의식과 날카로우면서도 웃음을 줄 수 있는 유머와 재치는 임꺽정에서도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시대에 대한 반항적 캐릭터와 민중의 애환을 담은 행동들을 통해, 작가의 개입을 통한 해설 속에서 이후 고우영의 작품에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모습들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통쾌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소설로, 드라마로... 그리고 다른 만화가들에 의해서 수 차례에 걸쳐 새롭게 탄생되는 임꺽정이지만 고우영의 임꺽정은 또 다른 맛을 지니는 그만의 독특함이 살아 있는 임꺽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