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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캣츠비

sungjin 2007. 9. 2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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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강도하/애니북스

스물여섯살의 백수 캣츠비 C급 평가를 받은 현재의 모습.

만화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이 하류에서 산다는 것은 때로는 굉장히 낭만적으로 그려지곤 한다. 물리적인 풍요로움이 부족할 뿐이지 멋진 삶을 즐길 수 있는 꿈이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지독할 정도로 처절하다. 누군가를 향해 털어 놓을 수도 세상에 대해 목소리 높여 외칠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만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삶을 잠식하면서 다른 것들에게 영향을 미치곤 한다. 사랑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지표에 따라 C급으로 분류되는 남자 주인공은 6년간 사귄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 그것도 재혼하는 남자와의 결혼식 청첩장을 선물해 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C급 평가를 받은 주인공 캣츠비의 청춘의 아픔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방황하고 사랑하고, 서로 상처주고, 또 다시 사랑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순수한 연애물도 아니고, 순애보도 아니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있는 젊은이들의 안타까움, 욕망, 애절함과 그리움 등 연애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격렬한 감정의 흐름을 통해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마음을 흔들어 대는 청춘의 단면이다.

한마디 한마디 마다 깊숙히 파고드는 나레이션, 대사 등 인쇄된 글씨 하나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독한 현실 속에서 정작 고양이와 개 등 우화로 그려진 캐릭터들의 모습은 묘한 대비를 이루며 작품 속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한컷 한컷에 담겨 있는 배경에도 아픔을 심어 놓았다. 웃음과 여유, 그리고 삶 속에서 여기저기 부딪히게 되는 과정 속에서 전해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독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된다. 묵직하게… 좀처럼 자리 잡으면 움직이지 않는 무거움을 가지고 깊숙히 자리잡은 이 작품은 결국 독자들의 감정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C급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공감을 주며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은 이 작품은 마지막에 와서 높은 건물들 틈새로 비치는 하늘을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작지만 큰 희열을 주며 잔잔한 여운을 던져준다.

강렬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리고 깊은 여운으로… 스토리상의 긴장과 흥분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끌리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