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영원히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변하는 계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변함없이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이를 먹지 않고 만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캐릭터들은 언제까지나 변함없는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곤 합니다. 뭐랄까요? 그들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는 느낌입니다. 마치 우리들의 순수했던 소년시절의 꿈과 희망이 변치 않고 간직 되어 있길 바라는 마음이 만화 속 주인공들에게 일치시켜 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후크’를 감상하면서 어른이 되어버린 피터팬의 모습 속에서, 그리고 최규석의 단편 ‘공룡 둘리를 위한 슬픈 오마쥬’를 보면서 한편으로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던 이유 역시 그 때문이겠죠. 어린 시절의 작은 영웅들이 사회 속에서 찌들어 가며 힘을 잃어버린 모습은 마치 유년시절의 꿈과 희망마저도 빛 바랜 추억으로 변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발표된 “브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시절 그토록 열광하며 감상했던 로보트 태권 브이가 국가의 권력 앞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주인공 훈이가 어느 새 중년이 되어버린 채 각박한 세상 속에 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위에서 언급한 작품을 감상했을 때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가슴에 스며들더군요. 정의감으로 충만하고, 자신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 아무리 무겁더라고 역경을 딛고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던 시절에도 보다 큰 사회의 상부구조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더 이상 태권 브이의 조정사가 아닌 일개 직장인으로서 가족이라는 책임이 어깨를 누르는 모습, 혼자서 고민을 끌어안고 생각에 잠겨 있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공감을 느끼는 분들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유년 시절의 꿈을 안고 날아오르는 모습 속에서 쾌감을 느끼고, 다시금 부활의 날개짓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내고 응원의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제피가루가 다음에 연재한 브이는 많은 이들에게 추억의 보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태권 브이의 모습을 현실에 반영시켜 버린 작품입니다. 과거의 명작이 현대적 모습으로 새롭게 부활한 것이 아니라 처절할 정도로 현실이라는 큰 벽에 좌절을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테두리 안에서 그려나가는 태권 브이는 분명 과거의 올드팬들을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링크]V(브이) 감상하러 가기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TAG
- 리얼
- 타나카 요시키
- 괴도 키드
- 우라사와 나오키
- 밀란 쿤데라
- 토리야마 아키라
- 센티멘탈 그래피티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 아오야마 고쇼
- 은혼
- 마츠모토 타이요
- 카타야마 카즈요시
- 타케우치 나오코
- 타카하시 루미코
- 제임스 조이스
- 명탐정 코난
- 카키노우치 나루미
-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
- 아다치 미츠루
- 불새
- 코난
- 센티멘탈 져니
- 매직쾌두
- 버지니아 울프
- 율리시스
- 원피스
- 테즈카 오사무
- 클램프
- 오다 에이이치로
- 이노우에 타케히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