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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그림자 소묘

sungjin 2007. 9. 2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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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펜과 스크린톤 대신 붓과 콘테로 그려진 이 작품은 독특한 재료 만큼이나 독특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콘테를 통해 그려지는 질감, 명암의 대비, 붓으로 그려진 그림과의 조화 속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대비의 미학을 선사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만으로도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는 이 작품은 신인다운 참신함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수록 된 이야기 역시 수수하면서도 친근하다. 풋풋함이 느껴진다. 도시의 답답함 속에서 사라져 버린 자연의 정겨움이 주인공 주희를 통해서 다시금 생각나게 만든다. 내 마음의 지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도시가 잃어버린 싱그러움마저 느낀다.

시골에 살고 있는 소녀가 도시로 올라와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흔들리는 과정, 도시에 살고 있는 소녀가 존재감을 상실해 가는 과정이 콘테와 붓라는 재료를 통해 명확하게 대비되어 그려진다.

책에 수록 된 첫 번째 이야기 내  마음의 지도의  주인공 주희의 구수한 사투리는 소박하면서도 순수함을 가진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소녀가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도시의 답답함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답답한 콘크리트를 뚫고 핀 초목들을 중심으로 그려진 주인공만의 마음의 지도에서, 더 이상 도시에서 헤매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달되는 마음은 직접적이면서도 순수함으로 채워져 있다. 답답한 도시의 잿빛 하늘을 걷어버리는 것처럼 잠시나마 안식을 제공하는 것 같다. 콘테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투박하고 짙은 음영이 화면을 채우고 있지만 빛나 보인다.

두 번째 이야기 그림자 소묘는  존재감을 상실해 가고 있는 소녀가 내  마음의 지도의  주인공 주희의 의해 다시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시간적으로 먼저 그린 이야기지만 단행본 상에서는 후반에 배치하면서 묘한 접점을 만들어간다.

콘테와 붓이라는 재료를 통해 대비되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시골 소녀와 도시 소녀의 대비를 통해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진지하고 사색적으로 전개된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스타일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가는 작품이지만 그 이 상으로 순수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