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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루미코 극장

sungjin 2007. 9. 2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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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루미코는 빅코믹 오리지널에 매년 2월마다 잊지 않고 단편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초기에 발표한 단편들이 소년지 위주로 연재되어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과 스타일로 다채로움을 선사하며 천재작가로 그녀의 명성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었다면 중기 이후 그녀의 단편들은 일상의 생활 속에서 소시민적인 삶을 조명해 내며 여성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따스함을 담아내고 잔잔한 여운을 전해주며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P의 비극, 전무의 개,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행되었던 붉은 꽃다발 이렇게 3권의 단행본으로 이루어진 타카하시 루미코 극장은 이 같은 작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단편집으로 평소 우루세이나 란마 등으로 익숙한 그녀의 왁자지껄한 코믹과 개그 대신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과 일상의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작은 감동을 주고 있는 작품이다.

화려함도 없고 대단하지도 않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어딘가의 현실은 일상의 드라마 속에서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고 그녀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재미라는 미덕을 담아놓았다. 그녀의 전매 특허인 예측불허의 개그는 없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삶의 단면들을 소소하면서도 무게 있게 조명하며 다시 한번 우리들의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미덕을 보여준다.

은연 중에 엿볼 수 있는 작가 특유의 말장난, 개그 센스는 여전하다. 소년지에 발표해 오던 그녀의 장편 연재물에서와 같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일상의 삶 속에서 그려내는 드라마라는 작품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탁월하게 잔재미를 심어 놓았다.

타카하시 루미코는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때문에 그녀는 만화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표현력의 자유로움을 통해 기발함과 센스를 효과적으로 발휘해 왔으나 타카하시 루미코 극장으로 이름 붙여진 일련의 단편들은 이 같은 점을 철저하게 배재하며 웃음을 줄였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웃음을 주고 있으며 줄어든 웃음만큼 감동의 여운을 깊게 하고 있다.

단편이라는 형식의 특성상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스토리 라인, 일상의 삶의 드라마 속에서 단순하면서도 깊게 전해오는 주제와 감동, 그리고 무엇보다 살인적인 주간 연재 와중에도 한번도 빼먹지 않고 발표할 정도로 작가의 애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