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 : 대자연의 계승자

장르를 넘어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면서 천재작가로 불리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분명 이런 작가들은 매번 독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감동으로 즐거움을 주며 팬들을 열광시키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데뷔 때부터 오직 한 우물을 파며 언제나 같은 소재를 들고 오는 작가도 있습니다. 가지각색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통해 매번 새로운 재미를 주지는 않지만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보다 깊어지고 완숙해진 모습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안수길 화백은 후자에 속하는 전형적인 작가입니다. 데뷔 이전부터 오직 “호랑이” 하나만을 가지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작가입니다. 인기가 있든 없든 연재가 어렵더라도 마지막까지 호랑이 이야기를 그리면서 대자연 속에서 무리지어 생활하지 않고 고독하게 홀로 생활하는 호랑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당하게 타협하는 일 없이 묵묵히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호랑이’에 한해서는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백지 위에 그려내는 한폭 한폭의 호랑이 그림 자체만으로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을 감탄시킬 정도지만 그 이상으로 호랑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서가 담겨 있는 자연 속에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호랑이의 이미지는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익살스럽게 그려내며 보다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끼 호랑이가 태어나 어머니의 보살핌과 아버지의 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 호왕으로 일어서기까지 겪는 시련과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면서도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아 표현해냄으로써 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압도적인 힘의 상징으로 호랑이의 모습을 연출해 내는가 하면 어떤 때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 연출해 내며 감동을 전해줍니다.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는 전형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감이 담겨 있는 생동감 넘치는 호랑이의 생태를 통해서 펼쳐지는 무한한 대자연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인상 깊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한 컷 한컷에 장인의 혼이 느껴질 정도로 한컷 한컷마다 정성이 담겨 있으며 호랑이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위에 흔들리는 일 없이 오로직 호랑이에 바친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는 깊어지고 무게감을 더해가며 이 작품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작가 정신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호이는 이런 점에서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