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스타일로 골수팬들을 양산해 내며 천재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대표작 핑퐁은 이제까지 그가 발표해 오던 작품의 연장선상에서 가장 완성에 가까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다시 한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고 있는 작품이다.

렌즈 너머로 투영 되어 있는 듯한 화면 구도 안에서 펼쳐지는 감각적인 화풍. 배경 구석구석을 수놓고 있는 그래피티의 향연. 굵직한 펜선 위에서 힘을 실어 스토리 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인간미를 가득 담고 있다. 언제나 변함없는 마츠모토 타이요 고유의 작품 세계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사색적이면서도 힘이 넘친다. 마치 곁에서 지긋히 응시하고 있는 듯한 감각은 작가 특유의 렌즈로 투영 된 듯한 화면 구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흑백의 대비와 함께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입체감을 살려내고 있어 더욱 실감 나게 그려낸다.

특히 스포츠를 소재로 하면서 이 같은 스타일을 더욱 효과적으로 연출해 내고 있다. 지나친 액션이나 만화 특유의 과장이나 초인적인 테크닉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스포츠 특유의 흥분과 긴장감을 다른 어떤 작품과는 다른 그만의 스타일로 펼쳐진다.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영상을 만화라는 표현 기법으로 연출해 낸다기 보다는 사진 작가들이 경기 한장면 한장면을 찍어서 배열하는 듯한 정적인 감각으로 화면 위에서 연출되고 있다. 정적인 장면 장면 사이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면서 순간의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움직이는 영상보다 더 멋진 한장의 사진을 찍어 내듯 작가는 가장 역동적인 순간을 포착하면서 역동적이고 리얼하게 묘사한다. 특별히 컷과 컷 사이가 자연스럽게 동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해 내는 것도 아니고 속도감 넘치는 박진감을 살려내는 것도 아니지만 마치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긴장과 흥분이 살아 넘치는 이유 역시 일반적인 연출과는 전해 다른 정체된 듯한 느낌의 정적인 연출과 작가 특유의 스타일과 결합되면서 효과적으로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만화는 주인공의 정신적 기술적 성장과 함께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가진 기본적이면서도 간단한, 그리고 언제나 뻔하면서도 매번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무언가 참신함이 없어도 재미와 감동이라는 기본적인 공통 분모를 통해 독자들을 열광시키는 작품이 많은 것도 그 같은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핑퐁은 이런 스포츠 만화가 가진 강점에 마츠모토 타이요 특유의 독특한 스타일이 더해지면서 재미와 감동에 충실하면서도 좀처럼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을 심어 놓았다. 작가의 탁월한 연출을 통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마츠모토 타이요와 스포츠 만화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오직 마츠모토 타이요만이 가능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