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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관의 살인

sungjin 2007. 9. 2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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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6명의 철도 매니아와 6명의 승무원. 기차에 처음 타게 되었다는 주인공. 그곳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 사건…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의 미덕은 유쾌함과 웃음이다. 특별히 과장 된 액션이나 희화적인 그림을 전혀 사용하지 않지만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엉뚱함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키득거리게 될 정도로 웃음을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사시키 노리코의 스타일은 특별한 만화적 연출을 이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웃음이라는 요소가 배여 있는 탓일 것이다.

월관의 살인은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연재한 작품이다. 본격 철도 미스터리라는 캣치 프레이즈 답게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 폐쇄된 공간과 밀실 살인, 그리고 철도라는 소재와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본격 미스터리물이다. 과연 사시키 노리코가 그동안 그려오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띄고 있는 원작을 만화화 한다는 사실은 분명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으며 사사키 노리코에 의해 어떤 스타일로 표현 될 것인지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놀랍게도 월관의 살인은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닥터 스쿠르, 못말리는 간호사, 그리고 헤븐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이제까지 선보여 왔던 특유의 과장없는 엉뚱한 웃음이 본격 미스터리 작가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였다고 해서 달리지는 것은 전혀 없었다. 아니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토록 자연스럽게 연출해 내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표하고 싶을 정도다. 주위에 휘둘리기 쉬운 평범한 주인공과 다소 몰상식한 면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특이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폐쇄된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 났음에도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를 선사해 주고 있다. 극명하게 갈리는 두가지 이미지를 작가는 완벽하게 합쳐놓았다. 아마 액션물을 원작으로 만화를 그리거나 공포물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를 그린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사사키 노리코식 웃음을 담아내면서 액션물과 공포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장르나 매체에 관계없이 그녀 특유의 유쾌함은 특별히 만화적 속성을 요구하는 연출이 아니라 일상적인 흐름 속에서 조금씩 비껴나가는 돌발성이나 망상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방대한 자료는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의학을 모르는 그녀가 전속적으로 감수를맡아 줄 의사까지 따로 데리고 있었던 못말리는 간호사나 특별히 전문적 지식을 중시하는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취재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던 헤븐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작품 역시 방대한 자료 수집을 통해 철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지나쳐 버리기 쉬운 부분에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프로작가로서의 자세에 대해 경의를 표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사사키 노리코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을 그리는데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재능은 어떤 작품을 그리더라도 철저하게 자료수집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은 인간적인 웃음이 넘치고 있다. 비일상적인 사람들 속에 함께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밸런스 속에서 연출되는 일상의 묘한 어긋남은 특유의 센스가 더해지면서 악질적이다거나 억지적인 개그가 아닌 유쾌함을 주고 있다. 이런 그녀의 스타일은 원작이 따로 존재하는 소설 그것도 이제까지 그녀의 작품 세계와는 동떨어진 미스터리물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월관의 살인은 그녀의 작품이 가진 미덕과 그녀의 재능을 한층 더 발전시켜 확인시켜 주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