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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마술사 오펜

sungjin 2007. 9. 2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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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본 구조인 기승전결의 법칙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작품이다. 프롤로그를 통해 작품의 전체적인 복선을 깔아 놓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소 지루하게 흘러가기 시작하는 전개는 이내 절정에 진입하면서 숨막힐 듯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잠시라도 책에서 손을 놓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지막 반전도 잊지 않고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에필로그로 마무리 된다.

도입부에서 보여지는 배경 묘사와 캐릭터 묘사는 작품의 세계를 파악하게 해주며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는 전개부분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에 대한 재미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놓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재미의 댐은 절정에 이르러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한다.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 특히 액션 묘사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극적인 전개가 더욱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 차도록 디테일하면서도 결코 복잡하지 않게, 그리고 시원하게 묘사해내는 표현력은 텍스트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일반적인 만화나 영상매체보다 더욱 박진감이 넘친다.

극적인 상황에서도 잊지 않고 보여주는 개그센스는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설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는 작품에 활력을 넣어주고 있다. 어찌보면 단순히 액션만 보여주다 끝날지도 모를 부분에서 적절한 개그연출을 통해 만들어 내는 분위기 메이킹은 마술사 오펜을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무엇보다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는 작품의 세계관과 마법관은 작품에 대한 매력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모험활극과도 같았던 이야기는 어느 틈엔가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스케일을 넓혀가기 시작한다. 억지적인 짜맞추기가 아니라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듯한 수순을 밟으면서 자연스럽게 무대를 넓혀버린다. 언듯 독립적이고 별개의 사건인 줄 알았던 내용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인과 관계를 가지고 연결 고리를 형성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작품의 세계관과 설정은 이미 완성 되어 있는 건축물을 건물 내부에서부터 관찰하다가 밖으로 나와 전체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처럼 작품에서 구축되어 있는 세계관에 대해 조금씩 정보가 모이면서 하나의 퍼즐처럼 전체적인 세계관이 맞춰지는 순간 다시 한번 작품에 매료되어 버리고 만다. 또한 마술과 마법의 기원과 흐름, 구성원리 등 상상력을 통해 구축 된 독특하고 치밀한 설정은 오펜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캐릭터적인 재미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건의 중심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건 분명 오펜이다. 주인공 오펜의 능력치는 게임으로 설정한다면 오펜말고는 다른 선택사항이 없을 정도로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불사신 볼칸과 매니아들의 공략 대상 캐릭터 설정치를 보이고 있는 클리오나 매지크, 작품의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차일드 맨이나 아자리 같은 캐릭터들의 밸런스는 오펜과 동급으로 놓기는 힘들지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독자들의 인기를 받고 있다.

분명 이 작품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에 충실한 재미를 전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창조 된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세계관와 설정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든 구성, 자칫하면 무거워지기 쉬운 내용들을 적절한 선에서 유지시켜 주고 있는 밸런스와 텍스트만으로 서술되는 소설의 특성을 살려내고 있는 문장력 등 한번 손위에서 펼치면 좀처럼 놓기 어렵고 다음 권을 계속해서 집어들게 만드는 재미있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매력들이 있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