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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저녁뜸의 거리

sungjin 2007. 9. 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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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차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원자폭탄이라는 어마어마한 살상 무기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일본이 일으킨 만행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채 좋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에 의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일본인들 역시 많으며 종전 60주년이 되는 2005년 이미 세대가 바뀌어 버린 지금도 그들에게는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이 작품은 원폭에 의해 피해 당한 사람과 관련되는 인물들을 통해 반세기가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 원폭의 그림자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놀랍게도 일본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해외판이 출간되었다.) 단순히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원폭에 의해 피해 입은 히로시마라는 것을 떠나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 특히 전쟁이 지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 시작할 때 쯤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그것이 어떤 식으로 슬픔을 주고 있는지를 수수하게 그리면서도 무겁게 표현하면서 독자들에게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전쟁이 잊혀져 가고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 갈 때(전쟁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는 듯 하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 없이 일상적인 생활의 반복이 계속되면서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는 듯 하지만 전쟁이라는 커다란 그림자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타인에게는 '기억'에 불과한 전쟁이 본인에게는 '피해'라는 형태로 남는 것이다.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거의 그려지고 있지 않고 있는데다가(그러면서도 더욱 진지하게 묘사되고 있는...) 시간이 흐르면서 남들이 모르는 전쟁의 또 다른 후유증에 대해 다른 방향에서 깊이 있게 고찰하면서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어 단순히 일본이니 한국이니 하는 것을 따지기 전에 한번 쯤은 구입을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