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농구는 신장(Height)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heart)으로 하는것이다"

2001년 NBA 플레이오프에서 전세계 농구팬들은 한명의 슈팅 가드에 열광하였습니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슈팅가드 앨런 아이버슨이 바로 그 주인공이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팀훈련에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데가 온몸에 새겨진 문신들, 형무소에서 보낸 청소년 시절, 감독과의 불화, 프로 데뷔 이후에도 끊임없이 말썽이 끊이지 많는 불건전한 사생활...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농구장을 찾으면 이선수 만큼은 좋아해서는 안되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를 정도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불건전한 사생활에서 나오는 악평들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농구에 대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2001년 플레이오프에서 빈스 카터가 이끄는 토론토 랩터스, 레이 알렌이 있던 밀워키 벅스를 혈투 끝에 물리치고 NBA 파이널에 오르며 파이널 1차전에서 무적 레이커스를 연장 접전 끝에 누르는 파란을 연출해 냅니다. 무려 11군데에 부상을 입은 몸으로 말입니다.

183cm에 불과한 단신의 슈팅가드(프로필에 183cm라고 나와 있지만 실제 그의 키가 그보다 작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포인트 가드로 활동해도 NBA 무대에서는 작은 신장-원래 그는 포인트 가드로 데뷔하였죠-에 불과하였던 그는 포인트 가드에서 슈팅가드로 변신한 이후 99년 NBA 득점왕에 올랐었죠.),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한번 터지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발적인 득점력은 물론이고 누구보다도 강한 승부근성과 농구에 대한 열정은 코트 밖에서 그를 지켜보던 관중들과 TV화면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시청자들까지 매료시켜 버리고 맙니다.

히나타 타케시가 강담사의 주간소년매거진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소라의 날개'를 보면서 앨런 아이버슨을 생각하는 사람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아였던 아이버슨과는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 소라는 성실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작은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력과 누구보다도 뜨거운 농구에 대한 열정은 분명 아이버슨의 그것과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실체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만화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웬지 식상해 보이게 됩니다. 만화에서는 상상하기에 따라 어떠한 드라마도 연출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체적 핸디캡을 지난 선수가 노력과 열정으로 극복해 나가는 스포츠 드라마는 이미 수없이 많은 스포츠 만화를 통해서 접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작품 역시 신체적 핸디캡을 지닌 주인공이 뜨거운 열정과 노력으로 동료들과 함께 정신적 그리고 기술적으로 성장해 가는 스토리가 전개 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작품입니다. 149cm에 불과한 주인공 소라가 이름만 농구부고 문제아 집단인 그곳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자신의 실력을 쌓아가고, 농구를 좋아했지만 그만두었던 동료들을 끌어모으면서 하나의 팀으로 서로를 의지하면서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농구라는 경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다이내믹한 박진감과 화려한 플레이들이 만화적인 과장이 더해지면서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작품을 읽으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였고 알면서도 넘어갈 수 밖에 없는 흥미진진함이였습니다. 소라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한 의지가 담긴 열정과 농구를 향한 꿈을 펼쳐가는 드라마는 1권만을 감상했을 뿐이지만 앞으로가 기다려지는 전개였으며 아직은 완벽하게 다듬어 지지 않았고, 본격적인 시합이 펼쳐지지도 않았지만 작가가 연출해 내는 플레이 묘사는 만화적 장점을 살려내며 후속권에서 펼쳐질 농구 경기 연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적절하게 녹아 있는 코믹함은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었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만 느낌이 좋은 출발입니다. 소라가 어떠한 날개를 가지고 링으로 날아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스포츠 만화가 가지는 특유의 감동과 매력을 전해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소라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어머니가 사준 낡아빠진 '아식스' 농구화입니다. 아마 앨런 아이버슨의 팬들이라면 단숨에 아이버슨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불도 안켜졌고, 밥도 없었으며 물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앨런 아이버슨에게 아이버슨의 어머니 앤 아이버슨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조던 스니커스'를 사주자 눈문을 흘렸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아이버슨의 일화로 남아 있으니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이 작품의 주인공 소라를 보면서 아이버슨을 떠올렸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소라의 보물 1호가 어머니가 사준 아식스 농구화였기 때문입니다.

PS2 그리고 또 한가지 단행본 표지 안쪽 날개 부분에 작가의 방으로 추정되는 곳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안의 한쪽 벽에 붙여져 있는 브로마이드는 바로 "앨런 아이버슨"이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