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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후지사키 류의 작품은 대원의 만화잡지 소년챔프(현재는 코믹챔프로 변경)에 연재되었던 '봉신연의'와 서울문화사의 만화잡지인 영점프에 연재되었던 '홈키퍼 테츠' 정도가 있습니다. 물론 그의 초기 연재작인 '사이코 플러스'가 비교적 큰 사이즈인 A5판형으로 국내에 소개가 되었습니다만 해적판인 관계로 아마 그다지 많은 분들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이야기할 '드라마틱 아이러니'는 후지사키 류의 두 번째 단편집입니다. 분명 후지사키 류의 대표작이며 최고의 베스트는 '봉신연의'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첫번째 단편집 "WORLDS"와 두 번째 단편집인 "DRAMATIC IRONY"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일의 동화를 바탕으로 작가적 색깔로 새롭게 각색한 데뷔작 '하멜의 피리'에서부터 꿈과 현실 사이에서 해메면서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었던 'WORLDS', 기게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는 미래상을 그리고 있는 'TIGHT ROPE', 그리고 작가의 의욕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실험작 'SHADOW DISEASE'과 만화다움을 의식하며 소년지 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SOUL OF NIGHT' 에 이르기까지 5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 첫 번째 단편집 'WORLDS'가 작가의 초기 시절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신안다운 참신함과 만화를 향한 열정, 그리고 후지사키 류 다운 삐딱한 전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면, 두 번째 단편집은 봉신연의를 거치면서 완성된 화풍과 연출력, 그리고 한층 더 성숙 된 모습과 의외성과 함께 이미 데뷔 때부터 보여주었던 '탈 소년점프적인 모습'이 그대로 작품에 나타나고 있어 팬들을 더욱 만족시켜주고 있는 작품집입니다.(점프 노선과 타협점을 보이고 있는 '봉신연의' 조차 기존의 점프식 주인공과는 이질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킨대다 죄값을 치르지 않는 달기의 모습, 잡탕과 같은 패러디와 스토리 전개는 점프 노선을 비추었다가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버리고 말았을 정도였으니 지면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연재작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단편에서는 얼마나 제멋대로인 작품이 등장하였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만화는 이런식으로 감상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하는 액자식 구조안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어둠을 용서하면 정의의 감각을 잃어버리는 이야기와 함께 만화만 보지 말고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틱 아이러니', 만화적인 SF틱한 설정을 소재로 소년과 소녀 사이의 풋풋한 연애를 그리고 있는 '유가미즘',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연출은 물론이고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스토리와 기막힌 반전, 그리고 모종의 음모를 담고 전개되고 있는 '밀크 정키'(작가 역시 가장 만족하고 있다고 하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대표작이자 최대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봉신연의'를 기막히게 재구성하여 작가의 각색능력과 함께 절묘한 패러디 감각과 개그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이설 봉신연의' 이렇게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두 번째 단편집은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데뷔 시절부터 그가 선보여 왔던 후지사키 류의 모습에 이제는 절정에 달한 후지사키 류의 톤빨과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보다 완성된 작품 스타일이 더해지면서 유달리 독특함이 돋보였던 그의 작품의 지난 10년 동안의 집대성과도 같은(조금 지나친 과장인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SF에서부터 학원 연애, 미스테리, 패러디와 개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들을 작가 특유의 스타일 안에서 소화해내며 짧은 지면 위에서 그려내고 있는 이 단편집은 봉신연의로만 알려져 있고 봉신연의로만 국내팬들에게 평가되고 있는 후지사키 류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으며, 단편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가득찬 느낌이 있어 더욱 추천하고 싶은 단행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