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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브라더

sungjin 2007. 9. 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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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규님의 걸작은 아마 많은 분들이 먹통X를 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먹통X에서 보여주던 탁월한 센스는 정말 당시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내었고 아직까지도 먹통X에 열광하며 최근 먹통X 복간 추진 운동에서도 찾아 볼 수 있듯이 먹통X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야기할 작품은 "파이팅 브라더"라는 단편 모음집입니다. 그가 처음 만화가로 첫발을 내밀었던 제 6회 챔프 수퍼 만화대상 가작 수상작인 "헌터"를 비롯하며 97년 주간 소년챔프에 실렸던 "파이팅 브라더" 그리고 이 단편집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주니어 챔프 초창기 시절에 실렸던 각종 영화들을 패러디하여 엄청난 반응을 몰고 왔던 "고병규의 SF패러디 극장" 5편이 실린 어떤의미에서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걸작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병규의 SF 패러디 극장의 경우에는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등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SF영화들을 그만의 독특한 개그감각으로 패러디하면서 독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던 단편들입니다.

원작의 전체적인 라인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기발한 착상과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내용들은 24페이지라는 짧은 지면 안에서 철저하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끄럽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작품을 읽으면서 난잡하다거나 뭔가 뒤죽박죽이다라는 느낌이 없으며 잘 정돈된 단편을 읽는 기분입니다.

이 단편집에서 단연코 돋보이는 점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바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패러디입니다. 단순히 작품에 대한 패러디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과의 효과적인 믹스를 통해서 보여주는 그의 개그감각은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에서 먹통X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못 말리는 로보캅"편에서 로보캅 희망자를 찾는 장면에서 지원한 희망자는 바로 은하철도999에서 그토록 기계몸을 가지기를 원하던 철이(테츠로)가 지원서를 내는 장면이라든가 "나의 고담시를 지켜줘"에서 독수리 오형제의 등장, "니가 제다이라며?"에서 등장한 ET는 단순한 웃음 이상의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코믹 연출도 돋보이고 원작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다른 작품과의 연계를 통한 패러디의 재미였습니다. 물론 패러디한 작품에 대해 모르는 분들은 할 수 없겠지만 여기서 패러디 되는 작품들은 만화를 즐겨 보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이기 때문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병규님의 팬이 아니라도 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의 개그 센스와 코믹연출, 패러디 감각은 아마 누구라도 부담 없이 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